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누구나 약점이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받거나 경찰서에 불려 갔을 때는 거의 무저항 상태로 경찰관의 지시나 요구를 따르게 된다.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이 소지품을 압수하거나 신체를 수색하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경찰관이 요구하면 소지품 등을 내주게 된다.
또한 범죄인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법관의 구속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의 연행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우리는 법률상 그 요구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따라가서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이나 자백을 할 경우가 많다.
며칠 전 법률상담을 한 내용이다. 상담자는 성매매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었는데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하여 줬더니 문자메시지를 검색하더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경찰서에 놓고 나왔다가 영업상 휴대전화로 연락을 할 일이 많아 다음 날 경찰서에 가서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이미 밤사이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 압수한 뒤여서 거부당하였다.
불법체모 때 수집한 증거 유죄 안돼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대비 위해
신체자유ㆍ소지품 보호규정 알아둬야
상담자는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하였을 때는 아직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기 전이므로 이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이를 내줘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내준 것이다. 만약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중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면 상담자는 경찰관에게 스스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만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는 ‘검사 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강제로 연행하였을 때는 그것은 불법체포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불법체포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는 나중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다.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내서 경찰관이 출동하였는데 경찰관이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의심하여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운전자가 이에 불응하자 4명의 경찰관이 운전자의 팔다리를 잡아 강제로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끌고 갔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운전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에 정한 조치, 즉 체포이유의 요지와 변호사의 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지구대로 연행하여 음주측정을 하여 음주운전으로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2013.3.14.선고 2010도 2094호)은 ‘운전자를 경찰서에 강제 연행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에 정한 체포이유의 요지와 변호사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한 연행은 불법연행이고, 불법연행을 한 상태에서 음주측정을 한 것은 불법적인 증거수집이므로 이를 운전자를 처벌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우리는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인권침해에 대비하고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최대한 누리기 위하여 평소 신체자유나 소지품에 관한 법의 보호규정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재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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