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는 B와 사이에 신축 중인 건물에 필요한 가구를 납품하기로 하는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물품대금은 신축 중인 건물로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지급받기로 했다.
그후 A는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신축 중인 건물에 가구를 배달했는데,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B는 당장 A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워 A의 양해 하에 만기일자가 2달 후에 돌아오는 어음을 교부했다. 이러한 경우 A는 어음의 만기일이 돌아오기 전에 B에게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약정’을 들어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선, 위 사안에서 어음발행으로 인한 채권을 어음채권이라 하고, 어음 발행의 목적이 된 물품대금채권을 원인채권이라 한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채권자 A는 원인채권의 변제기(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 원인채권의 변제기도 어음의 만기일로 변경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위 사안과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채권자(A)가 어음채권과 원인채권 중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해 그로부터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A.B)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채권자(A)로서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해 만족을 얻을 수 없는 때 비로소 채무자(B)에 대해 기존의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A)가 기존채무의 변제기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을 교부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채무의 지급을 유예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57771 판결 참조).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때 채무자 B가 채권자 A에게 교부한 어음은 당사자들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급을 위해’ 교부된 것으로 추정되고, 채권자 A의 원인채권의 변제기는 어음의 만기일로 변경됐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A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어음의 만기일이 돌아오기 전에 B에게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약정’을 들어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문의 (031)213-6633
박순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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