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찾아온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있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결혼을 1달여 앞둔 여성은 자신의 바이러스가 남편에게 감염되지는 않을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면 수직감염을 통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까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이 여성의 경우 현재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한 임상적인 문제가 없는 건강 보유자로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 정기적인 검사를 꾸준히 받고 있다고 했다. 환자의 불안감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만일 근거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B형 간염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질환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B형 간염을 유전 질환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일단 감염되면 무조건 간암으로 발전돼 사망한다고 믿는 환자도 있다.
반대로 질환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아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사건들을 막지 못하고 중증의 질환으로 진행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많다. B형 간염은 혈액에 노출되는 활동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으로 음식을 같이 먹거나 식기를 함께 사용한다고 해서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항바이러스 치료제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만성 B형 간염은 더 이상 치명적인 감염질환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인식을 바꿔야 할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만성 B형 간염에 걸렸다 하더라도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성 B형 간염의 치료목표는 크게 바이러스 증식도를 낮추고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감소시키는 단기적 목표와 간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고 간경변, 간암으로의 발전을 막는 장기목표로 나눌 수 있다.
만성 B형 간염을 방치하면 장기간에 걸쳐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되는 과정을 반복해, 상처가 생기면 딱딱한 흉터가 생기는 것처럼 간에 흔적을 남겨 간을 단단하게 굳게 만드는 섬유화 현상을 일으킨다.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간경변이 합병되어 간경변의 합병증뿐 아니라 간암 발생 위험성도 증가된다. 만성B형간염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환자들은 B형간염을 방치하면 간암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만성B형간염에 효과적인 다양한 치료제들이 출시되어 초기부터 치료가 가능하며 과거 회복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도 약물치료로 개선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보고되고 있다.
이제는 B형 간염을 전염성 질환이라는 이유로 보균 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오히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간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만큼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잘못된 정보를 통해 자의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박상진 예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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