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국·도비 박물관 멋대로 개명 결국 ‘망신살’

‘김중업 박물관’→‘안양천년문화관’으로 명칭 변경 후폭풍

안양시가 국·도비 지원으로 건립하고 있는 박물관의 명칭을 멋대로 바꿨다가 경기도와 정부에 적발돼 박물관 신축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14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88년 고인이 된 김중업 건축가를 기리기 위해 그가 설계한 안양시 석수동 옛 유유산업 공장 건물을 박물관으로 활용키로 하고 지난 2007년 ‘김중업 박물관’을 세우겠다며 국비와 도비를 신청했다.

시는 총 사업비 112억9천만원 가운데 국비 28억8천만원, 도비 28억원을 지원받아 이 사업을 추진, 이달 말 박물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는 지난 2009년 박물관 건립 터에서 고려 태조 왕건(877~943년)이 지은 사찰인 ‘안양사’(安養寺) 터가 발견되면서 역사와 건축물을 놓고 고심하다 이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는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4월 시민 공모를 통해 ‘안양천년문화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난 8월 변경한 명칭으로 박물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도는 시의 조례 제정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김중업 박물관’ 사업 명칭이 아무런 승인절차 없이 바뀐 사실을 파악하고 시에 관계 규정 위반이라고 통보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23조는 보조사업의 내용을 변경하려면 중앙관서의 장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한 사실을 알게된 시는 뒤늦은 지난달에서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신청서에는 사찰터까지 아우르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서도 첨부했다.

그러나 문광부는 보조금 규정에 따라 원래의 사업 명칭을 써야 한다며 사업 변경 승인을 불허하고 문광부는 조만간 이같은 결정을 도와 시에 통보하고 현지 실사를 거쳐 개선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현지 실사를 통해 조례 개정 여부와 박물관 구조가 애초 설계와 맞는지 등을 파악할 방침”이라며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와 함께 과징금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명칭 변경은 역사와 건축물을 함께 아우르는 취지였으며 미처 관련 절차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12월 시의회 정례회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본래 사업 명칭인 ‘김중업 박물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안양=한상근기자 hs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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