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표정
“동생들이 배 안에 있는데 왜 아직도 못 꺼내주는거에요!. 정부고 언론이고 어른들이 미워요”
사고 이틀째인 17일 단원고는 1ㆍ3학년을 모두 휴교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 모여 2학년 학생들 중 생존자가 나타나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3층 2학년 교실마다 책걸상과 소지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인근 학교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남긴 ‘어서 돌아오라’는 간절한 염원이 칠판을 가득 메웠다.
2반 강수정 학생의 자리에는 ‘일요일에 영화보러 가기로 했잖아. 제발 무사히 돌아와. 보고 싶어’라고 적힌 메모를 비롯 많은 친구들의 염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교무실은 어이없게도 ‘사고대책반’이 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대책반에 들어갔다가 별다른 소득 없이 나오면서 울음을 삼키지 못했으며,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애지중지 키워 온 손녀를 찾지 못한 할머니는 목청껏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오라고 소리쳤다.
차가운 바다 속에 친구들을 둔 채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선ㆍ후배 학생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를 찾은 단원고 선ㆍ후배 학생들은 4층에 강당에 자리를 잡고 뉴스 화면을 주시한채 구조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추억했지만 빵과 음료수, 간식 등이 도착해도 입맛이 없는 듯 점심도 거른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오후 1시20분께 선실에 남은 생존자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당은 순식간에 탄식과 눈물바다로 변했으며, 학생들은 “안에 사람이 있다는데 왜 못 구하는거냐”고 소리치며 어른들을 원망했다.
이어 한 가족이 받았다는 문자를 공개하면서 많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자 이틀간 취재진의 카메라에 노출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학생들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인근 학교의 학부모 자원봉사단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학생들을 위로하고 살뜰히 보살폈지만 상실감을 대신하기는 어려웠다.
한편 단원고는 17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실종된 학생들의 구조 등을 위해 당초 18일로 예정된 임시휴교를 23일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이날 오전 7시부터 1시간 단위로 학부모를 태운 버스 7대를 전남 진도 현지로 출발시키는 등 지금까지 모두 20여대를 현장에 보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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