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해상 여객선 침몰] 원칙 무너진 ‘아… 대한민국의 비극’ ‘여객선 참사’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안산 단원고 현장학습 매뉴얼 무시한 채 수학여행 강행
세월호 과적에 과속… ‘인명구조 최우선’ 운항규정 어겨
정부 조난신고 50분 후 ‘심각’ 경보… 초동 구조 실패
수백여명의 실종 및 사망자를 낸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는 해운회사는 물론 교육계, 정부의 안일한 대응 등 우리시대 만연한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해운회사는 과적, 과속은 물론 운항관리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학교 측 역시 수학여행 운영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으며 정부의 사고 후 대처도 말그대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 매뉴얼 무시한 수학여행
안산 단원고교는 수학여행을 실시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의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매뉴얼은 지난해 태안에서 발생한 해병훈련캠프 사건 이후 정부방침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이 제작, 일선 학교에 배포한 것이다.
도교육청의 매뉴얼에 의하면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답습적인 활동을 지양하고 대화와 체험의 공유가 가능한 소규모(1~3학급 또는 100명 이내) 수학여행’을 실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같은 권장사항을 무시한 채 무려 325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수학여행을 강행했다.
특히 학교 측은 수학여행에 앞서 학생들에게 안전사고 등에 대한 예방교육을, 인솔 및 지도교사에게는 사전연수(안전지도 요령, 비상탈출 방법)를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학교 측은 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1시간 여가 지난 후에야 통보하는 등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
■ 과적에 과속, 운항관리규정도 무시
청해진해운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 정상 적재량(차량 130대)보다 38%나 많은 180대의 차량을 적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평균 운행 속도(시속 30여㎞)보다 훨씬 빠른 시속 40㎞에 가까운 속도로 운행한 것도 확인됐다. 세월호는 이날 최고속도(시속 39㎞)로 운행했다.
현재 사고원인를 수사 중인 해경이 세월호가 급 회전하는 과정에서 화물 등이 일순간 쏠리며 좌초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만큼, 세월호의 과적·과속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세월호는 비상상황 시 조치할 운항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 선장을 책임자로 선원들은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엔 선장을 비롯해 선원 상당수는 자신들의 몸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 탓에 안산 단원고 학생은 325명 중 75명(23%)만 구조됐지만, 선원은 총 29명 중 무려 20명(69%)이 구조됐다.
■ 정부의 낙제점 사고 대응
정부는 조난신고 접수 50분 뒤인 오전 9시40분께야 해양선박사고 위기 대응 매뉴얼의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해양사고 특성상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매뉴얼도 유명무실해진다.
정부는 부랴부랴 군·관·민까지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출동시켰지만, 이미 기울어진 배에서 밖으로 빠져나 오는 승객을 탈출시키는 데 그쳤다. 사실상 초동구조에 실패한 셈이다.
아직 선체가 완전 침몰하지 않았을 때 구조대가 출동, 선체 안으로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였더라면 실종자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는 수차례 승객 및 구조 인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발표 하고도, 선사·해경의 잘못된 보고 탓만 하는 등 일원화된 대책본부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박수철•이민우기자 scp@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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