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진행한 사건 중에서도 이혼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재판이 열리는 첫 기일에 재판부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원에서 부부 사이의 문제에 대하여 전문가와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상담기회를 준다는 것으로 알고 상담을 받기 위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한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의 원고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실제로 남편과 이혼을 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의 담당재판부는 원고가 원하는 바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부부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해 줄 수도 있지만, 가급적 원고의 이혼청구에 맞서 반소로써 이혼을 구하는 남편에게 원고가 이혼을 원치 않으니 반소를 취하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필자의 의뢰인인 남편은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 결혼생활을 계속해보기로 하고 반소를 취하했다.
위 소송의 원고처럼 최근 법원을 통해 부부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민법도 가정법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협의상 이혼을 하려는 당사자에게 상담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담당재판부가 사건의 성질에 따라 가사상담절차에 회부할 수도 있다. 법원에서 위탁하는 바에 따라 진행하는 가사상담은 법원 외부의 상담전문가가 진행하게 된다. 이 경우 가사상담은 무료로 진행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담이라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물론 시간적,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관계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생각될 때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거나, 상대방이 상담받기를 거부하는 경우에 한쪽 당사자라도 상담을 받게 되면 부부가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부부관계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둘의 힘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전문적인 심리상담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담을 진행하는 곳으로는 대표적으로 각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 종합사회복지관, 가정법률상담소, 각종 심리상담 기관 등이 있다.
그런데 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사건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남편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을 원인으로 처분금지가처분을 했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만일 아내가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원하는 경우에도 이혼을 강력히 원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건에서 필자의 의뢰인과 같이 가처분을 당하고도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결혼생활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남편은 흔치 않다. 그 부인은 상담을 받기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을 했다가 그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혼을 할 뻔한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이국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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