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성전환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허용의 문제

가족관계등록부상 남성으로 등재된 갑이 여성인 을과 혼인해 미성년자인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성 정체성 장애로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결국 성전환수술 등을 받았다. 그 후 갑이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란을 여성으로 정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과연 허용해야 하나?

현행법 체계는 모든 사람을 남성과 여성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의 구분, 즉 성의 결정 기준에 관해 별도의 규정이 없다. 종전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해 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개인이 출생 당시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위화감, 혐오감을 느끼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상당한 치료를 해도 치유되지 않고,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성징도 반대의 성으로 변경됐고, 바뀐 성에 대한 만족감과 공고한 성 정체성의 인식 아래 개인적인 영역이나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 인식되는 정도에 이르렀으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성전환자가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똑같이 성별정정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대법원은 성별 정정을 허가하려고,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변동을 가져오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민법은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만약 현재 혼인 중인 성전환자에 대해 성별정정을 허용하면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상대방 배우자의 신분관계 등 법적·사회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성별정정을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현재 혼인 중이 아니라면 과거 혼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별정정을 허락하지 않을 사유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 성별정정을 허용한다면 미성년자인 자녀로서는 부모의 성별이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이 때문인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수 있으며, 가족관계증명서에 부모의 동성혼의 외관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취학 등을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제출 때 동성혼의 외관이 드러난 가족관계증명서도 제출할 수밖에 없어, 현실에 대한 적응능력을 키울 수 없다.

특히나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자인 자녀를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도록 내버려두게 돼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현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해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성별정정을 허락하지 않아서는 안 되고, 다른 사정까지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있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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