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함현실버밴드 음악봉사단’
나이 들어 시작한 일에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몰두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뮤지션의 꿈을 접어야 했던 노인들이 늘그막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음악에 빠졌다. 바로 ‘시흥시 함현실버밴드 음악봉사단’(단장 이창영)이다.
지난 2011년 창단한 이들은 시흥지역 경로당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연습에도 성실히 임하는 이들의 열정은 30도를 웃도는 요즘의 된더위조차 무색게 하고 있다.
기타를 맡은 이창영 단장은 주간보호센터에서 차량운전을 하던 중 음악적 재능이 있는 노인들과 함께 지역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봉사단을 꾸리게 됐다. 그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나와서 고작 당구나 치면서 소일하는 것을 보고, 뜻있는 일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음악봉사단을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현상생종합사회복지관(관장 안정욱)의 지원을 받아 악기를 사들여 단원을 모집하기 시작해 지금은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악기를 다루는 단원이 8명인데, 드럼과 전기기타, 색소폰, 전자오르간과 음향기기 등을 다루는 실력이 다들 수준급이다.
이들의 주요 레퍼토리는 1960∼70년대를 풍미한 인기가요다. 젊은 시절 가수로 활동했던 김영철씨(90)가 경로당에서 ‘청춘고백’, ‘추억의 소야곡’을 부르면 할머니들로 이뤄진 오빠부대가 물결 친다.
또 김영주 단원(73·여)의 18번인 ‘동숙의 노래’와 ‘영시의 이별’, 옥도미자 단원(71·여)의 ‘동백아가씨’, ‘기러기 아빠’도 경로당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연에는 경로당 노인들의 ‘노래자랑’ 순서도 마련돼 성황을 이룬다.
악기를 배우길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연주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정왕동 풍림, 주공2단지, 건영2차, 삼환, 세종아파트 경로당을 순회하며 매주 1회씩 강의가 마련된다. 경로당 입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꼴의 방문이지만, 자주 와달라는 요청에는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 단장은 “나이를 먹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자부하고, 더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젊음도 찾고 더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흥=이성남기자 sun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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