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갑’은 ‘을’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하였고, 근로기간 동안 ‘갑’이 지급받은 월급명세표에는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일정한 금원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 경우 ‘갑’은 ‘을’회사로부터 얼마의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까?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통상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 그러나 퇴직금 분할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 역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며, 나아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다만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 정책적 이유에서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
다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만약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갑’은 퇴직금 분할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며 퇴직금 전액의 지급을 ‘을’회사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다만 ‘을’회사는 ‘갑’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퇴직금 명목으로 ‘갑’에게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갑’의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계할 수 있다.
서동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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