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담배 대량 불법유통 어떻게? 외항선원용 판매 거짓 보고 ‘통과’ 컨테이너 바꿔치기… 직원들도 묵인
사상 최대 규모인 660억원 어치의 면세담배가 시중에 불법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면세담배를 관리해야 할 KT&G의 지점장급 간부의 범행 가담과 그리고 직원들의 동조 등이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KT&G 중부지점장인 C씨(47)는 선원용품업자 A씨(42)와 짜고 개인에게 판매가 금지된 면세담배 2천933만갑을 팔았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시중가보다 저렴한 면세담배의 공급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외교사절, 군인, 경찰, 해외함상 훈련 참가 장병, 재외공관 직원, 외항선원, 국제항로 항공기·여객선 승객, 주한 외국군 등 면세담배 공급 대상을 제외한 일반 국민은 정상 가격의 담배를 사야 한다.
그러나 C씨는 면세담배를 B씨에게 빼돌려 주려고 회사에는 ‘외항선원용으로 담배를 판매한다’고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가 면세담배를 KT&G로부터 구입해 컨테이너에 실을 때도 다른 KT&G 직원들의 묵인이 있었다. 당시 KT&G 중부지점 직원들은 “면세담배를 중국으로 밀수출하는 것”이라는 A씨의 말을 듣고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KT&G에서 담배 수출은 전담 부서인 해외사업본부 외에는 지점이나 개인이 직접 할 수 없다.
여기에 세관의 허술한 수출 물품 관리도 범행에 이용됐다.
A씨 등은 인천세관에 생수와 담배를 중국으로 수출하겠다고 신고를 한 뒤 컨테이너 2개를 준비, 생수 등을 적재한 컨테이너는 중국으로 보내고 면세담배를 실은 컨테이너는 야적장에서 빼돌렸다.
세관이 수출 신고된 컨테이너의 내용물을 전수 조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수출 허가가 떨어지면 화주가 자율적으로 선적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인천세관의 한 관계자는 “수출 장려를 위해 지난해 수출 신고된 700만건의 물품 중 0.15%만 내용물을 실제 확인했다”며 “화물 적재 전 검사와 실제 선적 물품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관세청은 면세담배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담배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키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로 귀속돼야 할 담배 세금이 밀수사범과 유통사범들에게 흘러가 막대한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늦었지만, 앞으로 면세담배의 불법 유출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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