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공인중개사가 자금이 부족한 매수인에게 중도금 지급기일 전까지 부동산을 전매할 수 있다고 하며 적극적으로 매수를 권유하여 매수인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전매가 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중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어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함으로써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본 경우에 매수인이 위 공인중개사에게 공인중개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중개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공인중개사법에 의하면, 공인중개사가 하는 ‘중개’라 함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제2조 제1호). ‘알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일이 잘되도록 이리저리 힘쓰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중개행위인지 아닌지는 공인중개사법에 의한 공인중개사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까지가 중개행위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실제 거래상황에서 반드시 명백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위 사안과 같이 계약 체결 이후의 중도금 지급 등과 같은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공인중개사가 관여하는 것이 중개행위에 해당되는지가 많이 문제가 된다.
위에서 본 중개행위의 개념을 좁혀서 본다면, 중개행위란 계약 체결의 알선만에 국한된다고 할 것이고, 계약 체결 이후의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등의 조력은 중개행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알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남의 일이 잘되도록 이리저리 힘쓰는 것’으로서 다양한 행위를 함축하고 있어서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에 ‘중도금 등의 지급을 조력하는 것’이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법은 일반 거래당사자의 보호를 염두에 둔 법이라는 점에서 중개행위의 개념을 반드시 위와 같이 좁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인정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도, 어떠한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래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매매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단순히 계약의 체결만을 알선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그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된 경우에는,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도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로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하면서, 위 사안과 같은 경우에도 매수인이 공인중개사에게 공인중개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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