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노끈’ 아이·학부모 심각한 불안증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 수개월간 정신과 치료 불가피

네 살배기 어린이 손목에 노끈을 묶어 아동학대 논란이 확산(본보 5일 자 7면)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와 학부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학부모 심모씨(29·여)에 따르면 심씨와 아들 B군(4)은 지난 6일부터 서구의 한 병원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상담 결과 B군과 심씨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증세를 보이고 있어 수 주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사건 이후 아버지 손목을 찰흙으로 묶으려 하는 등 이상행동을 취한 바 있으며, 강한 공격 성향을 띄거나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등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진료 과정에서 손목 노끈 사건에 대해 묻거나 비슷한 얘기를 나누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귀를 막는 등 당시의 기억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군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약물치료 대신 놀이 치료 및 상담 치료가 이번 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어머니 심씨는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노끈으로 아들의 손목을 묶는 장면을 지켜본 충격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악성댓글에 시달려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진료 결과 심씨는 우울감, 불안감, 자살 우려 등의 항목에서 위험 수준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수개월간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특히 심씨는 B군이 사고 이후 어린이집 등 사고 관련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 당분간 어린이집 대신 가정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심씨는 “아이가 당시 기억에 대해 힘들어하고 비슷한 단어조차 얘기하지 못하게 한다”며 “다른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못할 것 같아 집에서 교육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