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빙하기’ 인적 끊겼던 동네책방 ‘부활의 훈풍’

서점, 책을 지키다 ①

2015 책의 수도, 인천을 펼치다

서점, 책을 지키다 [1]

 

■ 책의 위기는 서점의 위기

인터넷의 등장은 책을 혼란에 빠뜨렸다. 인터넷은 빠른 속도로 책을 잠식해 들어갔다. 사람들은 책 대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 시작했고, 여가시간에도 독서 대신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독서율도 인터넷 등장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를 보면 1994년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86.8%였으나 2002년 72.0%, 2010년 65.4%까지 낮아졌다가 2013년 71.4%로 간신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은 2013년 독서율이 75.0%로 전국평균보다는 높았으나 독서량은 8.9권으로 전국평균 9.2권보다 조금 적었다.

책의 위기는 곧 서점의 위기로 이어졌다. 책 읽는 사람이 줄면서 책을 사는 사람도 줄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저렴하게 팔자 동네서점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졌다. 인천지역 서점(문구포함 서점)은 2003년 167곳에서 2013년 104곳으로 37.7% 줄었다. 순수하게 서점으로만 운영되는 곳은 67곳에 불과하고 참고서 위주의 학교 앞 서점을 제외하면 5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이 각각 209곳, 175곳, 123곳, 167곳인 것과 비교하면 인천은 서점이 매우 적은 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는 비율도 계속 줄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도서구입처를 비교한 결과 시내 대형서점의 비중은 -1.6%, 동네 소형서점 -0.5%로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서점은 6.8% 늘었다.

■ 도서정가제, 약인가 독인가

인천지역 서점가는 11월21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새로운 기회가 될지, 또 다른 위기가 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주요 골자는 신·구간 서적의 할인율과 마일리지 등 서비스를 합쳐 15%가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인천지역 서점가에서는 아직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소비자들은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책값이 인상됐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지면서 책 구입을 꺼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라인서점이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구간 서적을 최대 90%까지 싸게 판 탓에 그나마 서점을 찾던 소비자마저 발길이 뜸해졌다.

인천의 한 서점주는 “간간이 찾는 손님이 있어 인기작가들 책을 갖다놨는데 인터넷서점에서 반값 할인을 하는 바람에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아무래도 반품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서점이 더 강세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온라인서점이 도서정가제로 오히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동네서점은 출판사로부터 1만 원짜리 책을 7천500원에 받아 수익률이 25%다. 그러나 온라인서점은 보통 4천500~5천 원가량에 받아 수익률이 50~55%나 된다. 30~50% 할인해도 수익이 남는다. 이제는 공급가격은 그대로인데 할인을 하지 않으니 기대수익은 더 좋아졌다. 오프라인 서점가는 앞으로 온라인서점이 할인 대신 간접 마케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 도서정가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가격보다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완전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온·오프라인 서점 모두 출판사로부터 같은 가격에 공급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천조합장인 대일문고 문인홍 대표는 “출판사들은 온라인서점에 책을 싸게 공급하고도 수익을 남겨야 하니 책 가격에 거품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구조”라며 “완전정가제가 도입되면 책 가격의 거품이 꺼져 소비자들은 책을 제값만큼만 주고 구입할 수 있고, 오프라인서점들도 온라인서점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선진국은 상당수 완전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점의 변화, 그리고 기회

도서정가제의 우려도 크지만, 반면 동네서점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서점과 가격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만큼 동네서점들이 온라인에 빼앗긴 손님을 되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단 인천지역 서점가는 처음으로 내년 새 학기 초등교재부터 온라인과 동일하게 10% 할인정책을 시작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천조합 소속 80여 개 서점이 할인정책에 동참했다. 5%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서비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청라지역의 한 신생서점은 직접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권만 주문해도 당일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오랜 먼지가 쌓인 책처럼 정체돼 있던 배다리 헌책방 골목도 들썩인다. 도서정가제가 시행 이후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헌책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7년 된 배다리 헌책방 골목 터줏대감인 삼성서림도 최근 새 주인을 만났다. 삼성서림을 인수한 오광용 대표는 47년 된 이름 삼성서림을 제외하고는 책방을 변신시켰다. 헌책들로 가득 차 비좁았던 공간을 싹 비우고 분야별로 차곡차곡 깔끔하게 정리했다. 오 대표는 “분위기는 새책방답게, 가격은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헌책방이지만 늘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는 서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서점가와 도서관의 상생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인천지역 서점은 도서관에 책을 납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도서관은 한정된 예산으로 가급적 많은 책을 구입하려고 온라인서점을 주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천조합은 도서정가제로 책 가격 차이가 좁혀진 만큼 앞으로 지역서점이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 ‘책을’ 파는 서점에서 ‘책도’ 파는 서점으로

배다리 헌책방골목의 두드러진 변화는 ‘열린 책방’ 문화다. 매달 ‘시낭송회’가 열리고 젊은 작가와 예술가, 주민의 손으로 일군 문화공간 ‘스페이스 빔’이 색다른 매력의 갤러리를 꾸미고 있다. 배다리 사진을 구경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사진방 배다리 카페’도 있다.

동네서점은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점에 어떤 책이 있는지 신간·재고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확보해 회원제 관리와 독서예약구매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서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마케팅과 정보교류, 프로모션도 하나의 전략이다.

교보문고 등 인천지역 대형서점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마음대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고, 어린이코너에서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도 있다. 책을 읽고 사고 즐기는 복합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 책의 미래=서점의 미래

책은 이제 종이책에서 전자책(e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전체 출판시장의 2%인 800억 원(추산) 규모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추세에 비춰 앞으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천도 ‘유네스코 2015 책의 수도’를 계기로 전자출판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전자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책 읽는 도시 인천’을 개발한 데 이어 전자도서관시스템 ‘스마트 라이브러리’도 확대하고 있다. 전자출판 산업환경에 필요한 인천 전자출판 아카데미, 전자출판 창업지원 등도 준비하고 있다.

서점도 미래에 대비해 전자책 시장에 적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자책의 단점을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으로 보완하는 프로그램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전자책은 본문 미리 보기 등 전자책 서점이 제공하는 일부 정보만으로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책을 찾아보고, 비슷한 분야의 책을 비교한 뒤 전자책을 살 수 있도록 하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출판사 DETO의 김혜영 대표는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자책을 구입하고 내려받는 걸 어려워한다”며 “독자가 더 편하게 전자책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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