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은 2014. 1. 1. ‘갑’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매매대금 1억 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을’이 매매대금 1억 원을 ‘갑’에게 지급하면 이와 동시에 ‘갑’은 위 토지의 소유권을 ‘을’에게 이전하여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을’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위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대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일단 위 토지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청하였고, 평소 ‘을’과 친분이 있던 ‘갑’은 이를 받아들여 2014. 3. 1. 위 토지의 소유권을 ‘을’에게 이전하여 주었다.
그러나 ‘을’은 몇 달이 지나도록 약속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에 ‘갑’과 ‘을’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위 토지의 소유권을 ‘갑’에게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을’은 며칠 뒤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급사하였다.
이에 ‘갑’은 ‘을’의 자식들에게 위 토지의 소유권을 반환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을’의 자식들은 자신들이 상속받은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경우 ‘갑’은 곧바로 ‘을’ 명의로 되어 있는 위 토지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할 수 있을까?
‘갑’과 ‘을’은 위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였으므로, ‘갑’은 ‘을’ 생전에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을’의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을’의 자식들이 상속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을’의 자식들은 위 토지의 소유권이전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갑’은 위 토지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갑’이 위 토지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하기에 앞서 위 토지의 소유권을 일단 ‘을’의 자식들의 명의로 해 놓아야 하는 지가 문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는 자인 ‘을’의 자식들이 현재 위 토지의 소유권자이기 때문이다(민법 제187조 참조). 그러나 처분금지가처분을 하기 위하여 위 토지의 소유권을 일단 ‘을’의 자식들 명의로 해 놓아야 하고, 그 등기비용 역시 ‘갑’이 부담하여야 한다면, 이는 위 토지의 소유권이 종국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갑’의 입장에서 볼 때 쓸데없는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어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 수가 없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가처분권리자가 피상속인과의 원인행위에 의한 권리의 이전·설정의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상속인들을 상대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집행법원이 이를 인용하고, 피상속인 소유 명의의 부동산에 관하여 상속관계를 표시하여(등기의무자를 ‘망 000의 상속인 000’ 등으로 표시) 가처분기입등기를 촉탁한 경우에는 상속등기를 거침이 없이 가처분기입등기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23999 판결 참조), 현재의 등기실무 역시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바(등기예규 제881호 참조), 따라서 본 사안의 경우 ‘갑’은 ‘을’의 자식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을’ 명의로 되어 있는 위 토지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할 수 있다.
서동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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