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자원봉사자의 날… ‘올해의 봉사왕’ 53명 탄생
“손이 필요한 곳에 손이 돼주고, 발이 필요한 곳에 발이 돼주는 것, 그게 봉사입니다.” 자원봉사 5천 시간의 기적을 만들어 낸 숨은 천사 이명순씨(66·여·중구)는 “봉사활동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감사한 일일 뿐, 자랑거리가 못됩니다”라고 겸손해했다.
올해 인천지역에서 5천 시간의 기적을 달성한 자원봉사왕 53명이 탄생했다.
9일 송도 글로벌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2014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에서 53명의 자원봉사자는 ‘올해의 봉사왕’ 표창을 받았다.
5천 시간은 하루 6시간씩 833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쌓을 수 있는 기적의 시간이다.
봉사왕 이명순씨는 봉사를 시작한 지 3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수녀원과 무료급식소, 사랑의 집 등 필요로 하는 곳만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를 받아야 할 나이에도 여전히 남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하는 자원봉사왕도 있다. 염중섭 어르신(80·서구)은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던 25년 동안 자비로 오지 아이들 20~30명을 집으로 초대해 서울 구경을 도와줬던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봉사자다. 특히 올해는 인천의 가장 큰 행사였던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에도 참여해 노장의 패기를 보여줬다.
어르신은 “승마경기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 여성 2명이 서울행 셔틀버스를 놓쳐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검암역까지 데려다 줬다”며 “작은 배려였는데도 큰 감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다시 감동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자원봉사의 힘”이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어르신은 “상을 받아 기쁘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봉사하고 후배들의 본이 되라는 뜻으로 생각돼 오히려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금순씨(64·여·연수)는 다재다능한 봉사왕이다. 30년 봉사 내공을 지닌 그는 능력을 살려 ‘닥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 가정을 위한 가사도우미, 장애인 돌보미, 보건소, 상담소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AG과 장애인AG,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영어통역봉사를 하면서 능력을 뽐냈다. 김씨는 “인생의 절반을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며 “봉사를 하면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자율방역단을 꾸려 전염병 없는 마을을 만들고 있는 김영식씨(59·동구), 정년퇴직 후 주민센터에서 안내봉사를 하며 주민과의 정을 알아가는 김진호씨(70·남구), 작은 도서관 지킴이 김광원씨(56·여·남동), 어르신에게 ‘자식보다 나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하정애씨(53·여·부평), 봉사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알게 됐다는 진영자씨(60·여·계양),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현봉찬 어르신(82·사회복지정보센터) 등 5천 시간의 기적을 만든 인천의 봉사왕들이 따뜻한 인천의 불씨가 되고 있다.
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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