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사들, 깡통주택 사기단 일망타진 ‘일등공신’
‘깡통주택’을 담보로 은행의 대출금 등을 챙긴 사기 사건(본보 6일자 7면)의 해결 실마리는 인천지법 판사들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지체장애인이 지난해 세들어 살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자 분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깡통주택과 관련된 통계를 파악해 이례적으로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인천지법 민사5단독 권순남 판사는 지난해 8월 중순 40대 부부의 ‘배당이의 소송’을 진행하던 중 남편이 분신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 부부는 인천시 중구의 100㎡규모 아파트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전세금 2천500만원에 빌렸다가 경매에 넘어가자 금융기관으로부터 배당이의 소송을 당했다.
그러자 권 판사는 부인을 동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동료 민사 단독판사들에게 이 부부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최근 몇 년간 인천에서 해당 소송이 대폭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는 부동산임대차 계약서에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몇몇 중개인도 파악됐다.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9월 15일 민사 단독판사 중 가장 고참인 문유석 부장판사 주도로 인천지법 민사단독 판사 17명 전원이 모여 인천 지역에서 배당이의 사건이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고 법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판사들은 깡통주택 사기 사건을 막기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사 당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 지난해 10월 대출브로커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의 이름이 담긴 임대차계약서 등 경매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
사건이 의뢰된 뒤 인천지검 형사2부(권순철 부장검사)는 ‘깡통주택’을 이용해 금융기관의 대출금과 서민의 소액보증금을 챙긴 혐의(사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A씨(47) 등 부동산·대출 브로커 7명과 B씨(42) 등 은행 직원 2명을 각각 구속 기소하고 브로커 25명과 공인중개사 5명 법무사 3명 등 총 5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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