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거리 10m·과속에 ‘쾅쾅쾅’… 2명 사망-63명 중경상
차량 100여 대 뒤엉키고, “살려달라” 부상자 곳곳서 신음
안개위험 표지판·경광등·안내방송 장비 등 미설치
또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서해대교 악몽’ 되풀이
11일 오전 9시45분께 신공항 고속도로의 영종대교 상부도로 서울 방향 13.9㎞ 지점에서 공항리무진버스와 승용차 등 106대가 연쇄추돌, 2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하는 사상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 서부경찰서 사고조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1차로를 달리던 A씨(60)의 택시가 앞서 가던 B씨(62)의 택시를 추돌하며 첫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B씨의 택시가 2차로로 튕겨나가며 C씨(58·여)의 공항리무진버스와 부딪쳤고 이후 뒤따라오던 차들이 연쇄 추돌했다. 영종대교 일대 1.3㎞ 구간은 106대의 차량이 찌그러진 채 엉켰고 곳곳에서 부상자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등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
이 사고로 K씨(50)와 I씨(45)가 숨져 경기도 고양 명지병원과 서구 나은병원으로 각각 이송됐다. 또 중상자 10명을 포함해 총 6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인천·경기·서울 등 11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19명이 외국인이며 베트남인 1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10m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차들이 최고속도(시속 100㎞)의 절반인 시속 50㎞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미처 앞 사고 현장을 보지 못해 잇따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에 사고 관계 차량 과속 운전 여부 등에 대해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관계자 조사와 감식 결과를 토대로 과속 등 안전운전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사고는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과 관계기관의 느슨한 예방책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난 운전자 상당수가 안개가 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감속’과 ‘안전거리 유지’라는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관리 주체인 신공항하이웨이(주)는 영종대교가 지역적 특성상 안개·해무가 심각한데도 안개가 낄 때 전광판 4개에 감속 안내만 했을 뿐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과 경광등은 물론 안내방송 장비 등도 전혀 설치하지 않는 등 사실상 사고 예방에 손을 놨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2006년 11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의 판박이 어서 당시 사고로 얻은 교훈을 전혀 현장에 반영하지 않은 교통안전 후진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연쇄추돌사고에 대한 수사와 함께 신공항하이웨이의 안전조치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사고 현장 수습을 마치고 이날 오후 3시12분을 기해 영종대교 상부도로 차량 통제를 해제, 통행을 정상화했다.
이민우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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