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왜 일어났나?

살인안개… 대책실종… 죽음질주… ‘안전불감’ 망령 부활

10m 앞도 안보이는데 감속 외면·차량 안전거리 미확보 ‘최악의 사고’ 불러

공항고속도로 관리 주체 ‘신공항하이웨이’ 교량에 안개등 조차 설치 안해

지난 2006년 서해대교 사고 이후 각종 안전대책 민자고속도로 ‘사각지대’

신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연쇄추돌사고로 2명이 숨지는 등 65명의 사상자가 난 가운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여와 관계기관의 미흡한 예방조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서해대교 연쇄추돌 사고 이후 쏟아진 각종 개선책에 대한 효과적인 시행 등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운전자 부주의 운전이 ‘1차적 원인’

이번 연쇄추돌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개보다는 운전자들이 감속 규정을 지키지 않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부주의한 운전에 있다.

영종대교는 가시거리가 250m 이하일 땐 최고 속도(시속 100㎞)의 80%로,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땐 최고속도의 50%로 감속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채 10m가 되지 않은 만큼 모든 차량이 시속 50㎞ 이하로 주행했어야 했는데, 사고 차량의 상당수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주행해 앞차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또 안개 발생 시 가시거리가 100m 이상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통상 앞차의 비상등·전조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100m의 차량거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택시 간 첫 사고의 가벼운 추돌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이 106대가 뒤엉킨 대형 연쇄추돌 사고로 악화됐다는 지적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안개 사고 예방조치 미흡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관리 주체인 신공항하이웨이(주)는 영종대교 3곳에 안개 측정 장비를 설치해 안개로 인한 시정거리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영종대교 전·후 구간에 전광판 4개 이외에 표지판이나 안개등 등은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반면 인천대교는 안개주의 표지판은 물론 차로제어전광표지판, 사장교 부근엔 사이렌 등을 울릴 수 있는 비상방송 장치 등을 설치했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는 모두 바다 위에 있다 보니 복사 안개가 쉽게 발행해 안개 끼는 날이 잦은데다, 지형 특성상 종종 해무가 짙게 낀다. 특히 신공항하이웨이(주)는 이날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가 100m 이내라는 것을 파악하고도, 전광판에 감속운행을 권고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행 도로관리지침엔 안개가 심한 구역에서는 시정거리 표시장치, 즉 기준선~50m~100m를 표시토록 해 운전자가 앞차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없다.

또 내부 관리 지침에 따라 안개가 짙어 차량 운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때는 경찰청과 협의해 차량운행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이날 신공항하이웨이(주)는 폐쇄회로(CCTV)로 도로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각했는데도 사고 전까지 차량 통제를 위해 경찰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 반복되는 사고… 대책 마련 시급

지난 2006년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연쇄추돌사고는 11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이번 영종대교 참사 원인(안개와 과속)은 서해대교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서해대교 곳곳에 안개 주의 표지판과 경광등, 경음기 복합장치 등을 설치하는 한편, 무인 과속단속장비 등을 설치하는 등 과속운전을 막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서해대교처럼 안개·해무가 잦은 영종대교는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민자도로다 보니 이 같은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종대교 등 해상의 교각구간은 안개 등으로 매우 위험한 구간인 만큼, 제한속도를 낮추고 감속을 강제해야 하는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바뀌면 자동으로 제한속도를 변경해 차들이 감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 속도제한 및 무인카메라 단속 등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이수범 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기상 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가변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운전자에게 이를 알려주며 단속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우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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