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106중 추돌’ 막을 수 있었다 매뉴얼 무시 감속권고 적발
신공항하이웨이(주)가 영종대교 106중 연쇄추돌 사고(본보 2월 12일 자 7면) 당일 가시거리가 100m도 안 될 정도로 안개가 짙게 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신공항하이웨이로부터 도로 순찰·관제를 맡은 A 업체는 사고 당일 오전 4시부터 기상청 메일과 자체 기상정보시스템, 순찰요원 무전 등을 통해 영종대교 가시거리가 100m에 불과하다는 보고를 수차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상청이 평소 오전 4시와 오후 4시 등 하루 두차례만 보내는 메일을 사고 당일 오전에만 네차례나 보냈을 정도로 기상이 나빴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 업체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 신공항하이웨이 측에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일 영종대교에 낀 안개 수준은 지난해에만 36차례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A 업체 직원은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신공항하이웨이 센터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공항하이웨이는 자체 매뉴얼 상 가시거리가 100m 미만이면 50% 감속 운행을 권고해야 하는데도, 사고 당일 영종대교 전광판에는 20% 감속 운행만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순찰요원 배치, 저속운행 유도 등 신공항하이웨이 측의 재난상황 관련 매뉴얼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최초 사고 발생 2분이 지난 오전 9시 41분께 목격자 신고를 받고서야 사고발생 사실을 아는 등 초동조치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공항하이웨이 측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한 보강수사를 벌일 예정이며, 과실이 인정되면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안정균 서부서장은 “국내 대형사고와 해외 대형교통사고 당시 운영사 처벌사례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법리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공항하이웨이 측의 매뉴얼이 자체규정으로 법적 효력이 없어 매뉴얼 위반에 따른 처벌 근거가 없는데다, 국내 대규모 교통사고 때 도로 운영사를 처벌한 전례가 없어 신공항하이웨이 측의 사법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광범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