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을’에게 5억 원을 빌려주면서 ‘을’ 소유의 시가 1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기로 했다. 위 부동산에는 이미 채권최고액 3억 원 상당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이에 ‘갑’은 위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6억 원 상당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받기로 했는데, ‘을’은 ‘갑’의 허락도 없이 ‘병’에게 3억 원을 추가로 빌리면서 위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4억 원 상당의 2순위 근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했다. 이 경우 ‘갑’이 ‘을’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 ‘을’은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위 사안과 같이 타인에 대해 근저당권설정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를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중매매’의 대응개념으로서 ‘이중저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이중저당 행위를 일관되게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로 의율하고 있다.
그러나 ‘을’을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가중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을’이 이중저당 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해,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는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돼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될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중저당 행위로 인해 취득하는 재산상 이익을 본래 설정해 주기로 한 근저당권의 담보가치 중 제3자와의 거래에 대한 담보로 이용함으로써 상실된 담보가치 상당으로서,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제3자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도 당해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재산상 이익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도9213 판결,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도10541 판결 등 참조). 왜냐하면, 이중저당 이후에 당해 부동산에 남아 있는 잔존 담보가치를 배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을’이 이중저당 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갑’에게 설정해 주기로 한 2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6억 원에서 이중저당 이후에 남아 있는 ‘을’ 소유 부동산의 잔존 담보가치인 3억 원(부동산 시가 10억 원 - 1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3억 원 - 2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4억 원)을 공제한 3억 원이며, 그렇다면 ‘을’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을 뿐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가중 처벌될 수는 없다.
서동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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