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형법서 말하는 ‘모욕죄’란?

‘모욕’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모욕’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형법이 말하는 모욕이란 무엇일까.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판시한다.

대법원의 설명은 다소 추상적이다. 쉽게 말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에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상대방에게 ‘나쁜 O, 죽일 O, 망할 O‘과 같은 욕설을 포함하여 기타 상대방을 경멸하는 표현은 모두 모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모욕죄의 성립 가능성이 매우 넓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유사한 범죄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명예훼손죄가 사실의 적시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공무원 A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라고 표현하였다면 이는 ‘뇌물수수‘라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명예훼손 여부가 문제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 없이 막연히 ’A는 썩어빠진 부패공무원이다.‘라고 표현하였다면 이는 모욕죄의 문제일 뿐이다.

‘모욕죄’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외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된 범죄이므로, 그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졌을 때에만 범죄가 된다. 예컨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을과 말다툼을 하던 갑이 을에게 ‘나쁜 O, 죽일 O, 망할 O’과 같은 욕설을 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욕설을 들은 을은 기분이 매우 불쾌할 수는 있지만, 갑이 여러 사람들이 보고 듣는 자리에서 공연히 욕설을 퍼부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의 행위는 모욕이 될 수 없다. 만일 이 공연성의 요건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모욕죄의 천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집단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예컨대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모두 도둑 O이다.‘와 같은 표현은 공무원 전체에 대한 모욕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법원은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그런데,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의 개개인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은 채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하여야 한다.‘와 같은 표현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형법상의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이러한 표현이 적절하다는 의미가 아님은 물론이다.)

독자들이 눈치를 챘겠지만, 모욕죄의 성립 범위는 매우 넓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사회에서, 특정 이슈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하여 타인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박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경멸적 표현이 들어간 모든 경우를 모욕죄로 처벌하려고 한다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극히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법원은 이 점에 관한 합리적인 경계선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러나, 어떤 사례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미리 말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실무상으로 많은 문제가 벌어진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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