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미성년자가 던진 돌에 맞았다면

가해자가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 ‘감독자’ 부모에게 손해배상 청구

며칠 전 고등학생인 딸이 같은 고등학생 친구 갑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탔다가, 갑의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여 심하게 다쳤다. 고등학생인 갑에게는 재산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갑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데, 이것이 가능한가? 최근 어떤 아빠가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한 사안이다.

우리 민법(제753조)은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없을 때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책임능력’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말하면 이는 자신의 행위가 손해배상 등의 법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이웃에 사는 다섯 살짜리 꼬마가 집어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았더라도 그 꼬마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다섯 살짜리 꼬마는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적어도 그 꼬마의 부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아닐까. 그리하여 민법(제755조)은 이 사례처럼 책임능력이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의 감독자가 실제 행위자에 대신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꼬마의 부모는 이 규정에서 말하는 ‘감독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는 꼬마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꼬마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법은 책임능력의 유무에 관한 일률적 판단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즉 예컨대 13세 미만이면 책임능력이 없고 13세 이상이면 책임능력이 있다는 류의 규정은 따로 없으므로, 개별 사안별로 책임능력의 유무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대체로 고등학생 정도면 책임능력이 있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만일 고등학생이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았다면, 피해자는 책임능력이 있는 그 고등학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즉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원칙적으로 행위자에게만 속한다.

이 경우 가해자인 고등학생에게 재산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등학생이 재산을 보유한 경우는 없다. 또, 설사 아무리 고등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의 부모는 그 자녀를 감독할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그 부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부모가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는, 위 다섯 살 꼬마의 사례의 경우 ‘부모’가 자신이 감독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입증하여 책임을 면하는 것과 정반대의 구조이다. 이 점은 중요하다.

개별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입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머리의 상담 사례에서, 피해자측이 ‘가해자인 갑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분들은 성년자(예컨대 재산이 없는 대학생)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돈이 많은 그의 부모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것이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다만, 가해자의 부모가, 도의적 차원에서 또는 자식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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