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心 갈증만 키운… ‘아쉬운 장맛비’

도내 강수량 5㎜ 안팎 불과 밤새며 기다리던 농민들 ‘허탈’ 마른 장마 당분간 지속될 듯

▲ 8일 이천시 백사면 한 고구마밭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장맛비를 간절히 기다리던 농부가  먹구름만 잔뜩 낀 채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을 야속한 듯 쳐다보고 있다.  김시범기자

“밤잠을 지새우며 비소식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기분이 착잡합니다”

전국에 시원한 장맛비가 예보됐던 8일 오후 1시.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의 하늘은 시꺼먼 먹구름만 드리운 채 그토록 기다렸던 빗방울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인근 8천200㎡ 규모의 대규모 밭에는 콩과 들깨, 고구마 등의 많은 밭작물이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형태를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특히 타 작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물로도 재배가 가능한 고추마저 잎사귀 대부분이 시들어 있었고 2주 전에 심은 참깨는 밭이랑의 검은 비닐을 뚫고 올라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농민 A씨(76)는 “이번 장마철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하늘이 원통하다”며 “이곳 작물 재생을 위해서는 최소 100㎜의 비가 필요하다”며 비를 주지 않는 하늘을 원망했다.

농업용수로 사용되던 인근 왕송호수 방향 시냇물은 완전히 말라버리면서 지하수 관계시설을 갖추지 못한 농민들은 비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특히 장마전선이 이날 새벽부터 제주도에 최대 70㎜ 빗줄기를 쏟아 부으며 북상한다는 소식에 이곳 농민들은 밤잠을 지새우며 비를 기다렸다. 그러나 하늘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시원한 빗줄기를 내리지 않았다.

안산시 반월동 10만㎡ 규모 벼농사를 하는 H씨(83)도 “장맛비를 그토록 기대했지만, 오늘 비는 너무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또 평택시 진위면에서 1천㎡ 규모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L씨(56) 역시 “가뭄 때문에 고추나 고구마 등 작물 생육이 떨어져 수확량이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줄었다”며 “장마전선을 턱밑에 두고 있는데 이날 내린 5㎜의 비는 너무하다”며 푸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9일까지 도내 예상 강수량을 5㎜ 내외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장마전선으로 인한 도의 강수량이 극히 적어 가뭄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주 초 13일에 비가 내릴 전망이지만 이것마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영웅ㆍ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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