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성실하게 근무하고 받은 봉급, 음식점 사장님이 열심히 장사해서 번 매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지금까지 살았던 아파트를 매각하여 얻은 양도 차익.
이 모든 것들은 과세 소득이 되고, 그 소득을 얻은 회사원, 사장님과 아파트 소유자는 그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이런 소득들은 물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하여 얻은 소득이다. 그런데 범죄 행위 기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른바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논의이다.
위법소득의 대표적인 사례는 공무원이 받은 ‘뇌물’이다. 만일 뇌물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면, 국가가 한편으로는 형벌을 동원하여 수뢰를 금지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뇌물을 인정하면서 뇌물 소득의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되어 모순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이다.
이 경우 대표이사는 횡령한 돈을 회사에 반환하여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이처럼 반환의무가 있는데도 횡령한 돈을 그의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는가?’ 반대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얻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으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만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가 아닌가?
이런 여러 주장들이 위법소득의 과세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되었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복잡한 쟁점들과 대립하는 견해들이 있다. 그러나 결론만 말한다면, 우리 법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소득세법(제21조 제1항 제23, 24호)은 뇌물, 알선수재와 배임수재로 받은 금품이 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 판례는 이처럼 법률이 명문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안의 경우, 예컨대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사안이나 부동산 거래가 법에 어긋나 무효인 사안에서도 당해 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고 있다.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이렇게 판시한다.
여기서 소득세법이 정하고 있는 ‘뇌물’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쟁점이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뇌물은 과세소득이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이를 증뢰자에게 되돌려 주었다면 이로써 위법소득에 내재한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 것이므로 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기소되어 법원이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뇌물로 받은 금품을 몰수·추징한 경우는 어떨까. 몰수·추징은 형벌로서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몰수·추징은 부가적 형벌로서 뇌물이 원귀속자에게 반환된 경우와 이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2015. 7. 16.)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몰수·추징을 통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은 마찬가지라고 보아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변경했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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