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하자(흠)가 있는 경우 선의·무과실의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매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매매 목적물이 불특정물인 경우 매수인은 위와 같은 권리행사에 갈음하여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도 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물건의 하자로 인하여 부담하게 되는 위와 같은 책임을 하자담보책임이라 한다.
한편, 상법 제69조 제1항은,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야 하며 하자 또는 수량의 부족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6월 내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지 아니하면 이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의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등에 대한 특칙으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상거래를 신속하게 결말짓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계약의 일반이론에 의하면, 위와 같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완전한 매매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였을 경우 매도인은 채무불이행책임의 일종인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경우에 따라서 매수인은 계약해제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불완전이행책임과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유사해 보이지만,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매매계약의 유상성에 비추어 매수인을 보호하고 거래의 동적 안전을 보장하려는 뜻에서 인정되는 법정책임이다. 따라서, 법정책임인 하자담보책임과 계약상 책임인 불완전이행책임은 양립이 가능하다.
문제는 상법상 위와 같은 매수인의 검사·통지의무가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전제조건이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위와 같이 상인간의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위한 전제조건인 매수인의 검사·통지의무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판결례를 보면, 상인인 원고가 상인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지하의 토양이 유류,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지를 원고에게 매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위 매매계약은 상인 간의 매매인데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토지를 인도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6개월이 훨씬 경과한 후에야 피고에게 위 토지에 토양 오염 등의 하자가 있음을 통지하였다는 이유로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하고, 다른 한편 피고가 위와 같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위 토지를 인도한 것은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결론으로서 타당한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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