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피하기 위해 체류했을 땐 해당 기간 동안 공소시효 정지
A는 2010년 3월경부터 2010년 5월경까지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하고, 위 사이트의 참가자들이 국내외 스포츠 경기의 승·무·패, 점수차 등을 예측하여 돈을 걸고, 그 결과에 따라 돈을 배당받는 방식의 도박을 하게 하였다.
A의 범죄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하여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어,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5년이다.
(다만 2012년 2월17일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되면서, 이때 이후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연장된다.)
2010년 5월경 범행이 발각되어 국내에 있던 공범들은 처벌받았지만, A는 계속 필리핀에 남아있다가, 최근 국내에 있는 모친이 사망하자, 자신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여 2015년 8월경 국내로 입국하다가 공항에서 검거되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서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는 자신이 처음부터 필리핀에 거주하였으므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A의 공소시효는 완성되어 처벌할 수 없는가?
대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범인이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실질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 체류한 것이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 그 체류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저지하여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형벌권을 적정하게 실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위 규정이 정한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는 범인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범인이 국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서 체류를 계속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여기에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으로 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범인이 가지는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고,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B가 일본으로 밀항하였다고 하여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B의 출국 자체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기 위함이고, B가 의도했던 국외 체류기간이나 실제 체류기간이 모두 밀항단속법 위반죄의 법정형이나 공소시효기간에 비해 매우 장기이며, B가 다시 국내로 입국하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B가 밀항단속법 위반 범죄에 대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일본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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