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소송 제기 철회 (訴 취하)

갑으로부터 돈 1억원을 빌린 을이 그 돈을 갚지 않을 때 갑이 을을 상대로 차용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여부는 그의 자유이며, 누구도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단 소송을 제기하였던 갑이 그 후 소송 제기를 철회하는 것(이를 ‘소 취하’라 한다)도 그의 자유이고 특별한 사유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소의 제기는 법원에 대한 공식적인 재판의 청구이고 여기에는 피고의 이해관계도 결부되어 있으므로, 우리 법은 소의 취하에 대하여 몇 가지 규율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피고가 이미 본안에 대하여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응소한 후에는 원고는 피고의 동의가 있어야만 소를 취하할 수 있다. 피고가 이미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반박하면서 본안 판결을 받기 위한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면 피고도 소송을 유지하는데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피고의 동의 없이는 소를 취하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처럼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답변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자유롭게 소를 취하할 수 있지만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이미 답변한 경우에는 피고가 동의하지 않는 한 소를 취하할 수 없으므로 (설사 원고가 소송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더라도) 원고는 재판을 계속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원고가 제출한 소 취하서를 송달받은 피고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소 취하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원고가 소를 취하하는데 대하여 피고가 동의하면 그 소송은 그대로 종료한다. 그런데 그 후 마음이 바뀐 원고가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즉, 소를 취하한 원고가 (예컨대 새로운 증거자료를 수집한 다음)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피고는 어쩔 수 없이 이에 다시 응소하여 다투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소 취하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원고가 장차 다시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이미 종국판결이 이루어진 후에는 재소가 금지된다. 즉 이미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항소심 단계에 와서 원고가 비로소 소를 취하하였다면, 원고는 이후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를 인정하면 종전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과 당사자가 들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항소심에서 소를 취하하고자 하는 원고가 주의할 점이다.

 

소 취하와 관련된 비용 문제도 살펴보자. 국가는 공짜로 재판을 개시하지 않는다. 즉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때는 인지액을 내야 한다. 

예컨대 1억 원 지급소송을 제기할 때 납부할 인지액은 45만5천원이다. 그런데 소를 취하하는 것은 원고가 법원의 재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같으므로, 우리 법은 이 경우 위 인지액의 절반을 원고에게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은 어떠한가. 소 취하로 소송이 종료되면 원고는 법원에 별도로 소송비용액확정신청을 하여야 하고 법원은 원칙적으로 원고가 소송비용을 전부 부담하도록 결정한다(소 취하는 형식상 원고의 패소 판결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소 취하로 재판이 종결된 사정을 감안하여 소송비용에 산입할 변호사의 보수를 일부 감액할 수 있다(실무에서는 피고 소송대리인이 답변서 등을 전혀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가 소를 취하하게 되면 법원이 소송비용에 편입된 변호사 보수를 1/2로 감액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전망이 없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이를 빨리 취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익함에 유의하도록 하자.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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