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나이 차이는 27살. 연예인을 해보지 않겠냐며 접근한 남자와 15살의 여자는 만난 지 4일 만에 성관계를 맺고, 이후 동거, 임신, 출산까지 하였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사랑일까? 백보양보 하여 사랑이라면 남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 의문이 들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처벌받는 것 아닌가?
우리 형법은 만 13세 미만의 자와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피해자의 동의유무, 성관계 당시 폭행, 협박유무와 상관없이 강간으로 보고 처벌한다. 하지만 13세부터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 성관계 당시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강간죄(형법 제297조)가 성립되거나, 폭행·협박보다 넓은 개념인 위계 또는 위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미성년자 간음죄(형법 제302조)가 성립될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위계란 미성년자를 착오에 빠지게 하여 정당한 판단을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위력이란 강간에 정도에 이르지 않는 폭행·협박을 비롯하여 지위·권세를 이용하여 미성년자의 의사를 제압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결국, 우리 형법에 의하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갖았다고 하더라도 그 성관계에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이 행사된 것이 아니라면 미성년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여 상대방이 어떠하든 이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앞서 본 사안에 대하여 법원을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위 27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에 대하여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9년을 선고했다. 강간 혐의와 동거를 빙자해 유인했다는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강간에 대한 판단 근거의 일부는 이렇다. ‘자신의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자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하게 돼 원만하게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동거에 대해서는 이렇게 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해 부모에게 알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평소 폭력적인 언행을 하던 중년의 남자를 마지못해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은 남자가 구치소에 있을 때 여자가 보낸 편지 내용을 중요한 근거로 삼아 27살 차이의 남녀의 관계를 사랑으로 보고, 남자에 대하여 무죄의 취지로 원심 법원에 파기환송 하였고, 최근 원심법원에서도 해당 편지는 남자의 강요와 협박에 의하여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여자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남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남녀의 관계가 순수한 사랑이었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15세 때부터 성관계·임신·출산 등 성적인 유린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한 소녀의 외침이 순수한 사랑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하여 묵살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안을 두고 은교라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미성년자와 중년의 사랑이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손뼉 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19세까지 담배와 술은 금지시키면서, 13세부터 성관계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정권을 13세부터 미성년자에게 온전히 주어 이들이 사랑에 의한 성관계와 성적유린을 구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송윤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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