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생명도시 시흥’ 만들기

맨땅에 그린 흙바닥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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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왕동에 조성된 천연잔디 광장 ‘맨땅에 그린’
최근 우레탄 트랙 및 인조잔디 운동장의 대안으로 천연잔디가 거론되며 주목받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2011년부터 천연잔디 사업을 실행해 온 시흥시다.

시흥시의 천연잔디 사업은 값이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고 인식되던 천연잔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을 어떻게 육성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잔디 구장을 시공ㆍ관리할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잔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잔디 농부를 양성하기 위한 시흥아카데미 ‘잔디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맨땅에 헤딩하듯 만든 천연잔디 광장

시흥시 정왕동 시흥세무서와 이마트 사이(시흥시 마유로 356)에는 잔디를 마음껏 밟으며 뛰어놀 수 있고, 이웃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잔디소통광장 ‘맨땅에 그린’이 있다. 이곳은 2014년 9월 도심 속 특별한 캠핑 ‘바라캠핑’을 시작으로 현재 시민의 행복한 삶을 바라지하는 열린 공간으로 발돋움해가고 있다.

 

‘맨땅에 그린’을 조성하기 위한 잔디 사업은 지난 2012년 10월 처음 시작됐다. 시흥시는 하상동 84일대 호조벌 7천372㎡에 잔디재배 시범단지를 만들고 시흥지역 토양에 적합한 잔디 종자를 독일에서 들여와 파종했다. 이렇게 재배한 천연잔디를 2013년 정왕동으로 옮겨 심어 스포츠 경관 농업을 위한 정왕동 시범단지 2곳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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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정왕동 천연잔디광장
그러나 잔디사업은 맨땅의 헤딩이라고도 할 정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잔디 사업을 시작할 당시 “시흥시가 왜 잔디를 키우는 겁니까”, “공보정책담당관실(현 시민소통담당관실)이 잔디를 키워야 할 이유가 뭡니까” 등 의문과 함께 과연 잔디 재배가 성공할 것인지, 사업성이 있는지 등에 관한 불신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여러 차례 재배가 중단될 고비도 있었다. 불법형질변경에 관한 논란이 일기도 했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우정욱 담당관이 직접 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교부세 5억 원을 행정자치부에서 확보해 오기도 했다.

 

천연잔디를 보살피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난지형 잔디는 답압(밟는 힘)에 약해 쉽게 죽고, 가을 이후에 휴면에 들어가 황색이 오래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독일의 종자회사에 시흥의 3년치 기온 강우량 및 여름철 장마와 고온다습의 지리적 특성이 담긴 데이터를 보내 종자 추천을 의뢰했다. 그 결과 독일 회사에서 추천해 준 지금의 ‘S311(스포츠 잔디)’이라는 고온다습한 기후와 답압에 강한 품종의 잔디를 들여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 재배되는 품종이라 정보 부족으로 말미암은 어려움이 많았다. 잔디 재배를 하고 있던 타 시군을 방문해 봤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고 있어서, 결국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시흥시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분석하고, 파종 시기부터 비료와 약을 주는 시기까지 하나하나 실험하고 연구해 가면서 잔디를 재배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최적의 시비량과 횟수, 관수법에 대한 지식을 익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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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아카데미 ‘잔디학교’ 수료식.
■ 시흥아카데미 ‘잔디학교’… 전문가 양성 산실

시흥시의 잔디 사업에 대한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잔디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행정에만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함께 이뤄내고자 했다. 2013년 12월 시흥아카데미 ‘잔디학교’를 개강해 전문가를 양성했고, 이후 전문가, 농민 등으로 구성된 시흥 잔디연구회 발기인 총회를 개최해 지속적인 연구와 천연잔디광장의 양적, 질적인 향상을 모색했다. 

그 결과 농가들도 기존 벼농사보다 2~3배가량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인조잔디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적기업 ‘녹색발전소’를 설립했다. 환경오염, 발암물질 검출, 화상위험과 같은 인조잔디의 유해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시흥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은 것이다. 녹색발전소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총 6명으로, 시공ㆍ관리에 필요한 장비를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현재 시흥시 정왕동에는 3곳의 잔디 광장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앞서 설명한 ‘맨땅에 그린’이고, 그다음이 정왕보건지소 뒤, 마지막이 희망공원 내 천연잔디 축구장이다. 시는 관내 미취학 아동 단체 및 초ㆍ중등학교, 관내ㆍ외 축구클럽 및 사회단체(기관)를 대상으로, 겨울이 오기 전인 오는 30일까지 개방하고 있다.

 

시흥시는 앞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으로 떠오르는 잔디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시흥잔디를 ‘생명도시 시흥’의 브랜드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농가소득이 높아지고 주민 편익시설을 확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시흥시 도시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우레탄 운동시설 교체 관련 교부금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난달 23일 유해 중금속이 검출된 전국 학교 운동장과 트랙을 교체하는 데 특별교부금 36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예산 계획을 편성해서 시급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바로 실행 가능한 곳은 많지 않다. 그것이 시흥 천연잔디를 브랜드화해 온 시흥시를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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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잔디 광장에 물을 주고 있다.

[인터뷰] 우정욱 시흥시 시민소통담당관

천연잔디 운동장 조성비용 인조잔디 비해 ‘절반 수준’ 예산 줄이고 삶의 질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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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천연잔디 사업을 처음부터 제안하고 직접 추진해 왔는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도시와 자연의 조화는 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내 곳곳에서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브라질의 생태도시 ‘쿠리치바’, 아르헨티나 시민의 정치와 역사가 담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 천만 시민의 소통의 장 ‘서울광장’ 등이 그 예로, 도심 속 자연은 시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천연잔디는 쾌적한 녹색환경조성, 토양오염방지, 산소공급 등의 효과가 있어, 삭막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Q 보통 천연잔디는 관리가 어렵고 조성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A 우리 주변에서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자주 봤을 것이다. 잔디를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곳이 거의 없고 적은 수의 잔디광장에 사용이 집중되다 보니, 천연잔디의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앞으로 유지 관리와 활용이 뛰어난 초종(난지형 잔디, Zoysia japonica)을 보급해 대중화하고, 잔디 전문 유지관리 업체를 육성해 잔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천연잔디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은 순식간에 전환될 것이다.

 

천연잔디 운동장의 조성비용은 인조잔디의 절반 가격이며, 연간 유지관리 비용은 약 5.6배 더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조잔디는 내구연한인 8년이 지나면 폐기물 처리비용이 추가로 발생, 천연잔디보다 연평균비용이 약 3천만 원 더 발생한다.


Q 천연잔디구장을 시민에게 개방한 의미는. 
A ‘맨땅에 그린’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그려가기 위해서다. ‘맨땅에 그린’이 행복한 공동체의 장으로서, 이웃과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의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잔디가 더욱더 푸르러져 시흥시가 생명도시의 가치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시민과 이웃, 가족 간 소통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Q 잔디 사업의 앞으로 방향은.
A 시흥시는 잘 키운 잔디 하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정책 연구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도심 비산먼지 및 토양유실 감소, 도심 녹지 축의 연결통로, 학교운동장 및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 등을 활용한 도시 녹화사업을 계획 중이며, 시흥잔디연구소의 활발한 연구운영을 바탕으로 시흥잔디를 시흥만의 브랜드로 키워갈 계획이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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