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란 사전적 의미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충돌하는 상태다. 칡넝쿨은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그래서 절대 풀릴 수 없는 상황을 비유해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를 써서 갈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최근 시흥시의회와 시흥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철 의장과의 관계가 그렇다. 시의회는 1차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전체 예산 중 50% 정도 삭감된 데 이어, 오는 8일 정례회를 앞두고 2차 추경예산안 심의 여부를 놓고 집행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철 의장이 시의회 앞에서 시민설명회를 시작하면서 집행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더욱 자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 의장은 2차례에 걸친 불신임안 의결이 법원으로부터 인용돼 우여곡절을 겪었고, 급기야 지난 4월 31일 한 평 남짓한 천막을 시의회 현관 앞에 설치하고 시민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시의회가 지난해 수정 예산으로 편성한 어린이집 안전공제비를 집행부가 집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시의회와 집행부와의 갈등, 여기에 김 의장이 집행부 편을 들고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2번이나 불신임안을 가결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으로 모든 의결권을 쥐고 있고, 그래서 집행부는 시의회와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는 가운데, 느닷없는 김 의장의 장외투쟁은 집행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김 의장은 ‘시민과의 대화에 돌입하며’라는 입장문을 내고 시의회 파행과 추경예산안 미편성 원인 등을 시민들에게 부각시킬 것으로 보여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집행부는 시의회,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화해무드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흥시의회 의원수는 자유한국당 7명, 민주당 3명, 국민의당 1명 등 모두 11명이다. 그러나 소수당의 김 의장은 다수의, 민주주의의 폭거라며 맞서고 있다. 김 의장이 입장문에서 의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대승적 차원에서 책임감보다는 책임을 질 때가 아닌지 생각해 봄 직하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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