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시흥캠 몰래 공사 시작, 갈등에 기름 붓나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개발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 3월 본관 점거농성을 벌였고, 학교측은 소화전을 이용해 물대포 진압작전을 연상시키는 폭력적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등 집단 폭력사태로 번졌다.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캠퍼스 사업은 학교 측이 자산을 부풀리기 위해 벌인 투기성 사업”이라며 “대학 공공성을 파괴하는 국립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개발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서울대는 스스로의 학벌 프리미엄을 이용해 건설자본과 함께 지역 신도시에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고, 그로 인한 초과수익을 건설자본과 나눠 가지며 새로운 캠퍼스 사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며 “시흥캠퍼스 사업이 추진된 이유는 구성원들의 필요를 위해서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아니다. 법인화 이후 지속적으로 수익 경영의 압박을 받는 서울대의 돈벌이를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변과 민교협 등이 함께 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 탄압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회의’도 “(시흥캠퍼스 사업은) 수익 창출을 지상 명령으로 하는 오늘날 대학들이 보여주는 경영 태도의 반영, 대학 적폐의 단면”이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은 정왕동 배곧신도시 내 66만2천여㎡ 부지에 교육 및 병원, 연구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당초 2014년 개교를 목표로 했다가 연기돼 2018년부터 순차 개교하기로 했다. 시흥캠퍼스는 시흥시가 약 20만평의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사업자인 한라건설이 3천억원 상당의 시설을 공짜로 지어주기로 했다. 총학생회가 주장하는 투기성 사업 의혹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학교측과 총학생회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대화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황당한 건 이 상황에 시흥시가 시흥캠퍼스 조성 공사를 이미 시작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 등의 반발을 우려해 착공식도 없이 몰래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이유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서두른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학교내 집단 폭력 사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 시흥캠퍼스를 무산시켜야 한다고도 한다. 언제 갈등이 끝날지 모른다. 자칫 시흥캠퍼스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런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몰래 공사 강행이라니, 경솔했다. 시흥시의 무모한 짓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불통이 문제를 확산시켰다. 지금은 공사를 밀어 부칠 때가 아니라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책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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