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 따라 통일의 물결은 수시로 출렁이지만, 통일 그날을 준비하는 경기도의 자세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통일은 북한과 맞닿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숙명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천년을 열어 ‘세계 속의 경기도’라는 웅도로 우뚝서는 지상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은 큰 소리는 나지 않지만, 동질성 회복에서 부터 시작해 화해와 평화를 넘어 박애와 호혜의 철학이 담긴 다양한 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 통일을 여는 남북교류 물꼬가 터지다
6ㆍ25전쟁 후 생겨난 250㎞의 휴전선 중 3분의 1 가량인 87㎞가 경기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판문점 바로 북쪽의 개성과 장단 등은 분단 전 경기도 땅이었다. 이후 남한은 북한에 여러 경로를 통해 대화와 교류를 유도했으나, 총칼을 앞세운 북한은 좀처럼 첨예한 대립각을 풀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ㆍ15남북공동선언으로 정부차원의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서 경기도도 지자체 차원의 교류사업을 진행했다. 2002년 경운기 및 지붕개량자재, 축구공 지원사업이 바로 첫 사업이었다. 이때부터 경기도가 남북교류의 원칙으로 세운 것은 호혜와 협력을 바탕으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인프라 지원이다.
남북교류사업의 공개와 투명한 집행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조례도 제정하고 남북협력기금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지속적인 대북교류를 위한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이는 경기도 차원의 남북교류가 통일의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첫 단추였기 때문이다.
2002년 축구공 2002개가 북한에 인도됐다. 앞서 10억 원 상당의 경운기와 지붕개량을 위한 각종 자재도 지원됐다. 그렇게 경기도는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 물론 지방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은 아니다. 현행법상 적국으로 분류된 북한을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는 없는 만큼 대북지원 민간단체를 통해 이뤄졌다.
한번 터진 물길은 거침이 없었다.
2002 월드컵이 끝난 다음해인 2004년도에는 교류의 폭이 농업은 물론이고 보건, 식품, 구호로 이어졌다. 경운기에 이어 콤바인이 전달되고 치과 장비 및 환자수송버스, 긴급 구호 의약품이 북에 인도됐다. 특히 평양에 식품가공공장이 착공되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북한의 농촌현대화와 벌거숭이 산림의 녹화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는 이 이간 중 북한에 벼농사 시범단지를 조성한 것은 물론이고 농업기반 마련을 위해 도로포장, 도정공장 및 창고 설립 지원, 야채 농사 시범사업 등 농촌현대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더불어 개풍 양묘장 조성에 나서 온실 양묘장을 설치(2008년 5월13일 준공)하고 잣나무 종사 및 각종 수목의 묘목을 공급했다.
도는 북한농촌환경개선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주택ㆍ소학교ㆍ유치원 등의 시설보수는 물론이고 진료소와 탁아소에서 필요한 각종 물자를 지원했다.
특히 2008년부터는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을 시작하면서 각종 방역장비 및 약품은 물론이고 진단기구, 살충제, 유충구제 약품 등도 북에 인도했다.
도는 북한의 가극 ‘금강’ 공연 등 문화ㆍ체육교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의 교류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며 주로 박애와 호혜 정신을 바탕으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자주 진행됐다.
북한이 식량난을 겪자 도는 시ㆍ군 및 민간단체를 동원해 식량지원은 물론이고 고구마 농장 조성에 나섰고 온정리 연탄공장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2010년 북녘에 큰 수해가 나자 밀가루와 영유아를 위한 분유를 긴급 전달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 도는 자그마치 102회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고 그 인원만 1천76명에 달했다.
하지만 활발했던 남북교류는 이후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등으로 말미암은 관계 경색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 국내외적인 충격파에 흔들리면서 그 맥이 급속히 약화됐다.
■ 다시 일렁이는 통일 물결, 도민과 함께 맞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교류 재개 발표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꿈틀대고 있다. 통일에 대한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경기도가 바라는 통일은 독일과 같은 평화통일이다.
북한이 3대 세습체제를 강행하면서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압제, 고통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통일비용이라는 자금에만 치중하다 보면 동질성 회복이나 인간다운 삶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또다시 통일 한국의 사회갈등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통일정책은 남북한 주민이 모두 공감하고 협력하는 호혜와 박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생각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올해부터 추진하는 통일정책을 스포츠 및 문화교류는 물론이고 남한사회의 통일인식 고취를 위한 기반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남북 스포츠 교류사업으로 국제 양궁교류전 정기전을 개회하고 다이빙, 역도, 배구 등 남북한 비교우위 종목 등 다양한 종목에 대한 교류도 확대해 민족동질성 회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도가 관심을 기울여 추진하고 하는 사업은 북한 지역단위 종합개발사업(Urban planning)이다. 경기도의 따복마을과 같이 농업, 보건, 의료, 교육, 복지, SOC가 고루 구축된 마을을 시범적으로 조성, 북한 지역개발 협력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2012년 이후 중단됐던 말라리아 남북공동 방역도 이번에는 인천ㆍ강원도와 함께 추진함으로써 그 방제 효과를 고양하고 북한 내 1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를 위해 민간단체를 통해 의약품과 영양식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개성지역 어린이 치아 건강을 위해 충치예방을 위한 불소도포제와 치료기술도 지원하고 기생충 구제를 위한 감염 역학조사, 전문인력 양성, 박멸사업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는 민간단체를 통한 북한 지원과 더불어 남한사회의 통일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경기도가 주도하는 ‘전국 광역지자체 남북교류협력 거버넌스’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대북사업의 추진체계와 방향성을 정립하는 동시에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도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에도 한층 더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탈북주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이들이 남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재단, 남북하나재단 등과 협업을 통해 북한이탈주민 취업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통합,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후에도 언어교육, 직장적응력 향상 교육을 통해 장기근속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하반기 중 남북한 주민화합을 위한 통일한마당을 개최해 이질감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경기도는 우회적인 통일분위기 조성을 위해 재중 동포를 지원하는 민족공동체사업도 전개 나가기로 했다.
박극 경기도 통일기반조성담당관은 “통일을 위한 남북교류는 경기도만의 독자적 사업으로 전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대화의 물결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민간단체, 일반 국민 모두가 굳은 의지를 갖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북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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