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강화가 해상교류의 거점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현재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해 세계의 허브 도시로 우뚝서고 있다.
특히 인천신항은 장차 남북관계가 회복될 경우 남북교류의 주요거점으로 부각될 것이고, 강화는 강도시대의 이점 등을 토대로 남북이 함께할 고려 역사 연구의 보고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시가 고려 개국 1100년의 의미를 담아 추진하는 강도의 꿈 프로젝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을 넘어 남북관계와 세계 속의 사통팔달 도시를 구상하는 인천이 품은 강도의 꿈은 조금씩 영글어간다.
■ 강도의 꿈 프로젝트 추진배경
강화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려 도읍지이다. 고려가 몽골 침입에 맞서 강화로 천도하면서 39년간 고려 도읍으로 황도의 역할을 수행했다. 전란을 승리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판각하고 상정예문을 남기는 등 우수한 기록유산의 역사를 이뤘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위기 속에 고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강화가 고려사에 갖는 의의는 간과할 수 없다. 시는 이 점에서 무관심 속에 방치된 강도를 역사현장에 살려내고자 강도의 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도의 꿈은 고려 역사유산의 재정비, 고려 궁지 및 팔만대장경판당에 대한 조사연구, 역사교류 확대 등을 목표로 삼아 5대 분야 20개 사업으로 기획됐다.
총 사업비만 3조804억원이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시는 강도의 꿈을 통해 궁극적으로 고려역사문화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잊힌 고려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역사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인천을 우뚝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고려궁궐 재건 활용 분야
5대 분야 중 첫 번째는 ‘고려궁궐 재건 활용’이다. 시는 올해 강도시대 고려 궁지의 정확한 위치를 연구해 궁궐 미니어처 제작과 소규모 전시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에는 궁궐 재건 등 후속 사업도 추진된다.
세부 사업 중 눈여겨볼 부분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이다. 강화산성 내 관공서·주거시설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뒤 남은 공간을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사업 목적으로 이뤄져 있다. 시는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을 통해 강도시대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고려·조선시대의 강화역사 전반을 보여주는 국내 역사문화단지 조성을 계획했다. 현재 전국적으로도 역사문화단지 사례는 경북 경주의 신라문화단지와 충남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2곳에 불과하다.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에 필요한 사업비는 3조146억원에 이른다. 100만㎡에 이르는 단지 조성에 1조7천934억원, 170만㎡의 신도시 조성에 1조2천21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추진은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2022년까지 고려역사문화지구 지정 또는 고도 지정, 2026년까지 동락천 복개 철거, 2032년까지 신도시 조성, 2037년까지 지표 및 발굴조사, 2045년까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 등의 순이다.
팔만대장경 등 고려역사 기록유산에 대한 종합 조사를 바탕으로 판당지(보관터) 발굴 및 재건을 통해 판당의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한국 기록 문화의 본산으로서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고려 기록유산 활용 분야’의 사업들도 추진된다.
시는 향후 남북관계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할 인천을 위해 이 분야의 세부 사업으로 ‘평화대장경 간경’을 추진한다.
강도시대 팔만대장경 판각의 전통에 기반한 최신 대장경 조성사업을 통해 남북 평화통일 및 세계평화를 소원하며 고려 역사의 가치를 올리고 전통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간경사업은 2022년부터 시작되고, 2032년에는 강화천도 800년을 기념해 평화대장경 봉안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시는 올해 강화에 세계기록유산 자료관을 설립·운영하는 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역사문화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조성하는 세부 사업도 진행한다. 강화 세계기록유산 자료관 개관 예정은 2027년이다.
■ 강화 역사건조물 활용 분야
강화의 역사적 가치는 고려시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는 선사시대 고인돌로부터 근세 강화도조약의 현장까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서 강화의 역사적 건조물에 대한 활용을 통해 정체성을 확장한다는 계획 역시 강화의 꿈에 담았다.
이에 대한 세부 사업으로는 지붕 없는 국립강화박물관 설립·운영, 근대건축물 활용가치 도모, 송암 박두성 생가 복원 등이 추진된다. 이 중 송암 박두성 생가 복원은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인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인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 516번지에 국·시·군비 13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1926년 11월 4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한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시는 이 사업을 위해 올해 토지매입 및 복원을 추진하고, 내년 개관 및 관리·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 강화 역사유적 가치창조 분야
시는 강화에 남은 인천의 중요 유산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및 건조물의 국보화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시는 인천의 역사 유적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강화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 등 총 70기의 고인돌이다. 시는 여기에 해양관방유적으로 강화산성, 강화외성, 삼랑성, 강화돈대 등 26개 유적의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고려왕릉 4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개국 110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또 시는 보물 161호로 지정된 강화 정수사 법당과 보물 178호인 강화 전등사 대웅전의 국보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보 지정을 통해 문화재 가치와 역사문화도시인 강화의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분야
고려 개국 1100년을 맞는 올해 시가 추진하려는 기념사업은 강화 고려궁지 범위 조사, 강화 고려왕릉 및 고분 종합 학술조사, 강화개성 유물 교류전, 강화개성 고려왕릉 사진전, 국제연합(UN) 주최 남북 학생 강화·개성 교차 수학여행, 강도시대 불교문화유산 종합 조사·연구, 강화개성 자매결연 추진, ‘아시아 속의 고려, 고려 속의 인천’ 국제학술회의 등이 있다.
이들 기념사업은 대부분 강도시대 고려의 역사를 연구하는 내용과 더불어 북한의 개성과 연계한 행사로 구성됐다. 시는 강화가 가진 고려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 인천을 남북교류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큰 포부를 이들 기념사업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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