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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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 유희윤

한 마디

한 마디

다짐하며 자라지요

마디마다

굳은살

박히도록

곧게 살자

푸르게 살자

마음일랑 비우자

어른이 되어도

그 다짐

잊을 줄 모르지요.

비 내린 뒤의 대나무밭처럼 왕성한 푸른 기운이 어디 또 있을까. 단단하게 나무질화한 줄기를 가진 여러해살이식물 대나무. 아니,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는 듬직한 이 땅의 푸른 기둥들. 우린 누구나 어렸을 적에 한 번쯤 대나무처럼 곧게, 푸르게 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이 동시는 저 순은(純銀)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굳게 살자/푸르게 살자/마음일랑 비우자’. 시인은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렇게 살았는가? 아니, 우리들을 향해 짓궂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참, 고약한 사람이다. ‘어른이 되어도/그 다짐/잊을 줄 모르지요.’ 비아냥대기까지 한다. 참 얄미운 사람이다. 시인의 말과는 반대로 우리들은 아주 오래 전에 어린 날의 그 푸른 다짐을 잊고 살았다. 살다 보니 맘과는 달리 그렇게 돼버렸다. 아니다! 잊지 않고는 살아내기 힘든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저 팍팍한 날들, 고단한 하루…. 오늘은 잠시 때 묻은 가슴을 열고 어린 날의 ‘나’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그 어린 날의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뭐라 하는지…. 동시는 때로 어른들에게 부끄럼을 가르쳐 주는 거울이란 생각이 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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