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허리 굽고 다리 당기는 부모님 ‘척추관협착증’ 의심해봐야

제목 없음-1 사본.JPG
따뜻한 봄이 다가오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 걱정이 앞선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세가 높은 부모님 세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척추 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와 더불어 척추관협착증이 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에 비해 척추관 협착증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을 방관하여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척추관협착증 연도별 환자 수 추이는 2013년 131만3천880명에서 2016년 155만8천129명으로 18.58% 상승했고,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령구간별 요양급여비용총액 비율 중 60세에서 79세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5.7%를 차지할 정도로 노령 인구에게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며 병증이 생기는 퇴행성 척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대부분 척추의 노화로 인한 퇴행으로 밝혀져 있다. 척추관은 뒤쪽으로 척추관절 및 황색인대가 둘러싸고 있고 앞쪽으로 척추 디스크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지닌다. 이 구조물들이 노화에 의해 서서히 변성 및 비후되면서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면 척추신경의 비정상적 눌림 현상이 나타난다.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하면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 통증이 발생한다.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은 압박감으로 걷다 쉬기를 반복하게 된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 다리가 저리거나 요통이 발생하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게 되어 ‘꼬부랑 할머니병’이라는 별명이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하지의 마비나 경련, 근력 약화가 발생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반복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나르거나 허리를 구부린 채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척추의 퇴행성 변형을 늦추기 위해서는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특히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과도한 체중 증가, 운동 부족은 척추 주변 근육을 악화시켜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키는 원인이 된다.

 

척추관 협착증은 X-ray, CT, MRI 촬영으로 진단하며, 초기에서 중기까지 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통해 비수술적 방법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미 신경 압박이 심하게 진행되었거나, 앞서 언급한 비수술적 치료법에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 치료를 위한 수술법으로는 법으로는 ‘내시경 척추관 성형술’을 이용한다. 내시경 척추관 성형술은 등 쪽에 7mm의 구멍 2개를 뚫어 한쪽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내시경을 삽입하고, 다른 한쪽에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협착된 부위를 제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술 시 모니터를 통해 척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고 성공적이다. 또한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어 당뇨 또는 고혈압, 고령의 환자에게도 위험 부담 없이 실시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칭으로 허리의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 더불어 평소 부모님께서 허리가 굽고 엉치나 다리가 저리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 척추관 협착증으로 척추 신경이 눌려 문제가 발생한 것일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누구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나 90% 이상의 환자가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수술로 이어지거나 수술시기마저 놓쳐 치료에 난항을 겪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원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박춘근 병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