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3세 이 아르카즈 목사, “고려인들 위한 공동체 마을 만들어 한국 정착 돕고 싶어”

▲ 시흥, 이 아르카즈1
“무작정 한국에 들어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고려인들, 또 카자흐스탄, 우즈벡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다음 세대를 길러 낼 터전과 함께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지난 1997년 한국에 들어와 청소부 일부터 건축현장의 목수 등 안해 본 일이 없다. 먹고 잘데가 없어 무작정 찾아갔던 교회에서 이제는 목사가 돼 과거 자신과 처지가 같은 고려인 등 외국인들의 아버지가 된 고려인 3세 이 아르카즈 목사(64).

 

우즈벡에서 전기기사로 일했던 그는 한국에서는 청소부에서 이제 목사가 됐다. 교회를 세우고 이들 외국인들을 돌보며 특히, 고려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일을 돕고 있다.

 

그는 고려인(까레이스키) 3세로 1997년 한국에 이주해 청소부, 목수 등 닥치는데로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여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목수일을 하다가 IMF를 맞으면서 월급도 못받고 일을 그만둬야 했기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청소부일을 했지만 이것마저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일이 끊기면서 당장 숙식 해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 창신역 인근 남부교회를 찾았다. 당장 숙식해결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앙생활은 시작됐고 숙식도 함께 해결했다. 그리고 그가 현재 목사가 된 계기가 됐다.

 

그후 그는 2000년 서울 신림동에 지하 40평 규모의 개척교회를 세웠다. 오갈데 없는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인 등 약 30명을 먹이고 입히고 재웠다. 이들 중에는 알콜중독자, 병든자 등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3년엔 시흥시 정왕동에 53평 규모의 시온성교회라는 간판을 걸고 초대교회를 세웠다. 현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인 등 20명이 신앙심을 키우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웃에서 고기도 주고, 쌀도 줘서 다함께 먹고 산다. 고향에 왔지만 우즈벡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우리는 나그네 신세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최소한의 관심을 부탁했다.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현재 약 3천 평의 농지에 농사일을 하고 있다. 각종 채소와 돼지를 기르고 매일 빵과 반찬을 만들어 안산 댓골마을이나 김포 등 외국인이 모여사는 지역으로 가져가 팔은 수입으로 교회 월세와 외국인들의 생활비를 대고 있다. 그의 마지막 꿈은 고려인 마을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고려인 3ㆍ4세들은 한글도, 문화도 모르고 모든것이 낯설다. 그래서 이 농장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를 통해 한국역사, 문화를 알게 해 정착토록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흥지역에만 약 200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그는 또 공동체 마을을 통해 “신앙심을 바탕으로 고려인 10명이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고령의 고려인들은 고물을 줍고 의지할 곳이 없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당장 문제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현재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이 개발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라 막막한 심정”이라고 털어 놨다.

 

이 아르카즈 목사는 “시흥과 안산지역에는 고려인들이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원하는 리더(공동체)가 없다. 이들은 사회주의에서 살다가 갑자기 자본주의에 젖어 타락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려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익히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터전 마련이 할아버지 나라에서 꼭 이룩하고 싶은 꿈”이라고 말했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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