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누군가가 품어 주면

귀담아 들어준다는 것… ‘관계’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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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품어 주면

 

     -  신이림

 

친구한테 시비 걸고

강아지를 걷어차던 창민이도

누군가가 꼬옥 품어 주면

온순한 아이가 될 거예요.

 

정말이에요.

 

천방지축 생채기를 내고

아무에게나 날을 세우던 칼날이

대팻집나무를 만나고는

얌전한 대팻날이 되었거든요.

 

초등학교 시절, 꾀나 말썽을 피우던 아이가 있었다. 걸핏하면 싸움질에다 손버릇까지 나빠서 선생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아이. 학교에서뿐 아니라 고아원에서조차 일찌감치 ‘문제아’로 점이 찍혀진 아이.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싫지 않았다. 그 아이 역시 나한테는 신기하리만큼 고분고분하였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잘 들어준다는 것! 여기에다 “그랬니?” “그랬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해가며 호기심에다 맞장구까지 쳐준다는 것! 그는 아무한테도 하지 않은 비밀스런 이야기도 나한테는 서슴없이 해주곤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많이 외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한테서도 정을 받아보지 못한 불쌍한 아이였다. 이 동시를 읽었을 때 난 그 옛날의 그 아이가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이라고 해서 그런 아이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자. 그런 아이가 있다면 내 아이라 생각하고 따뜻이 가슴으로 품어주자. ‘아무에게나 날을 세우던 칼날이/대팻집나무를 만나고는/얌전한 대팻날이 되었거든요.’ 병아리도 어미닭의 품에서 나온다는 것, 품보다 더 깊은 사랑은 없다. 이 동시는 그것을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해주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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