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섬에 갈 이유

혼자이고 외롭지만… 출발점인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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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를 벗어나

혼자 있는 섬

따돌림 받는 민영이도

섬이다

혼자 지내는 옆집 할머니도

섬이다

가끔 시무룩한 아빠도

섬이다

배 멀리 참고

섬에

찾아가야겠다

 

‘태어나보니 섬이었다. 둘러보아야 온통 바다뿐, 들리는 것이라고는 파도소리뿐…’. 욕지도가 고향인 언론인 김성우 선생은 자서전격인 수필집에서 이렇게 썼다. 자기를 태어나게 해준 섬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 사람, 김성우박성배 작가의 ‘섬에 가야 할 이유’를 읽고 문득 떠오른 글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섬치고 외롭지 않은 섬이 어디 있으랴. ‘육지를 벗어나/혼자 있는 섬’. 작가는 첫 연을 이렇게 썼다. 벗어난다는 것, 그건 곧 혼자이고 외롭다는 얘기다. 작가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섬을 아예 사람들 안으로 옮겼다. ‘따돌림 받는 민영이도/섬이다//혼자 지내는 옆집 할머니도/섬이다//가끔 시무룩한 아빠도/섬이다’. 인간은 누구 할 것 없이 하나의 섬이고, 섬과 섬 사이에는 바다가 있다는 것. 상대방의 섬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친 물살과 배 멀미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 인간 상호간의 관계를 시란 그릇에 담은 게 이 동시다. 바캉스의 계절이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호젓한 섬은 어떨까.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혼자 있는 섬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 사위(四圍)가 바다인 그 곳에서 ‘나’를 돌아다보는 일은 또 어떨까. 섬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의 좌표를 가지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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