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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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 곽해룡

 

가을 산이

반성을 한다

 

제 몸 불리기에 바빴던

지난날 부끄러워

온몸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뭐니 뭐니 해도 단풍이 든 산이다. 해서 사람들은 이를 놓칠 세라 주말이면 너도나도 산행에 열을 올리곤 한다. 어디 일반인뿐인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가을 산은 고맙기 그지없는 ‘밥상’이다. 저 주홍빛으로 물들다 못해 붉게 타는 단풍을 놔두고 뭘 쓴다는 말인가. 헌데 이 동시는 좀 이상하다. 가을 산이 반성을 하다니! 지금까지 가을 산을 이렇게 말한 이는 없었다. 하나같이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칭송을 했지 ‘반성’이란 말을 넣어 나무란 사람은 없었다. 이 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들과 다른 시선 그리고 자기만의 표현. ‘제 몸 불리기에 바빴던/지난날 부끄러워/온몸 벌겋게 달아올랐다’. 어찌 보면 가을 산이 화를 낼 만도 하고 산행 좋아하는 이들 또한 고약한 시인이라고 얼굴을 붉힐 것 같다. 그런데 또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벌겋게 달아오른 산’이 왜 조금도 밉지 않은가.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가을 산이 그지없이 예뻐 보이는가. 그건 마치 엄마한테서 꾸중을 들은 천진스런 아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때의 그 귀여움 같아 보인다. 아, 가을이다! 단풍의 계절이다!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우리 모두 단풍이 돼 보면 어떨까.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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