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힘
하늘을 보면
- 정두리
하늘이 회색으로 무겁게 보이면
할머니 말씀
“눈이 오려나 보다.”
“비가 오려나?”
얼추 맞추시는 할머니.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고
하늘을 읽을 수 있으려면
얼마큼 하늘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얼마나 틀린 다음
알게 되는 일일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숫자로만 따질 수 없는 그 ‘무엇’을 지닌다. 이를 경험이라고 해도 좋겠고 경륜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과학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까지도 우리들이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한다. 이 동시 속의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늘이 회색인 것을 보자 머뭇거림도 없이 그날의 날씨를 점지해 주신다. “눈이 오려나 보다.”, “비가 오려나?”. 그리고 신기하게도 용케 알아맞히신다. 이 동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큼 하늘을 보아야/하는 것일까?/얼마나 틀린 다음/알게 되는 일일까?’이다. 할머니가 하늘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점지하게까지는 숫한 세월이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 경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숫자로 셀 수 없는 ‘틀림’이 있었기에 ‘맞춤’이 있다는 것. 여기서 틀림을 다른 말로 하자면 ‘실패’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시는 단순한 날씨에 관한 의미를 넘어 우리네 인생살이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실패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고. 백번 옳은 말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실패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 다음이다. 그대로 주저앉았는가? 아니면 떨치고 일어났는가? 할머니의 날씨 예보 하나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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