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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 7년, 어두운 자화상] 2. 애물단지 된 건물들
사회 공공기관 이전 7년, 어두운 자화상

[공공기관 이전 7년, 어두운 자화상] 2. 애물단지 된 건물들

방치된 빈 건물 ‘도심 속 외딴 섬’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인해 수십여개 공공기관이 경기도를 떠난 가운데, 도내에 남은 빈 건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비싼 가격은 물론 일반 기업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지 용도가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도심 속 외딴섬’이 됐기 때문이다.

4일 찾은 안산시 사동에 위치한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 이곳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500여 명의 연구원이 활발히 연구활동을 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산혁신도시 이전이 결정,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차례로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현재 9만㎡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는 단 두 명만이 남아 빈 건물과 공터를 쓸쓸히 지키고 있다. 특히 기술원 부지 주변에는 고잔신도시가 조성되는 등 활기가 넘치고 있어 기술원 부지가 마치 ‘외딴 섬’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국해양기술원 관계자는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지매각을 총 42번 시도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며 “건물 용도가 연구시설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옥 매각 실패 후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 900억 원가량을 차입했는데, 지난 3년간 이자만 43억 원에 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경기도내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 현재까지 건물이 매각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기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성남 오리), 한국전력기술(용인) 등 3곳이다.

LH의 오리사옥은 지난해만 1월과 4월, 6월 세 번 매각이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오리 사옥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H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본사 이전 계획을 세운 뒤 2010년부터 오리사옥 매각을 추진했지만 10년째 팔리지 않고 있다. 오리사옥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건물 활용 대비 비싼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곳의 매각가는 초기 3천500억 원가량이었지만 2017년 4천250억 원으로 21% 상승했다. 사옥이 팔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건물 인근에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반영돼 오히려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전력기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5년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전기술은 용인시에 위치한 옛사옥 매각을 지난해만 세 차례 진행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전력기술은 2014년 688억 원에 사옥을 처음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았고, 2016년 571억 원, 지난해 532억 원 등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지만 건물의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옥이 팔리지 않는 것은 주변지역이 모두 아파트 단지에서 업무시설 수요가 없기 때문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남은 공공기관 건물들은 가격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데 기업들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마땅히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이 건물 및 부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 등을 허가해 매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령ㆍ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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