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문제는 위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 권리금 계약을 반드시 먼저 체결했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일견 문언상으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 하급심에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야 한다고 판시한 예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조항의 문구를 곰곰이 살펴보면, 거기에서의 권리금 계약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만을 말하는 것인지, 장차 체결할 권리금 계약도 포함하는 것인지 명백하지가 않다. 현실적으로도 임대차계약과 무관하게 권리금 계약만을 먼저 체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논란을 정리했다. 주된 판시이유는 ▲위 조항에서 ‘권리금 계약에 따라’라는 문언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위 조항은 임대인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에 다양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권리금은 임대차계약의 조건과 맞물려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으로서 수긍할 만한 논거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밖에 위 조항 각 호는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반드시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어야 함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들고 있으나, 위 각 호는 위 조항 본문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논거가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은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을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논거도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손해배상 범위를 한정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것이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 보장의 취지라고 보는 것은 의문이다. 아무튼,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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