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갑이 아내와 아들, 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면, 원칙적으로 아내는 3/7, 아들과 딸은 각각 2/7의 비율(이를 ‘법정상속분’이라 한다)로 갑의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그런데 갑이 별세하기 전에 오랫동안 특정 상속인(위 사례에서 아내라고 가정하자)이 병든 남편을 간호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도와 그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한 반면 아들과 딸은 부친을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 등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정 비율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효도’한 상속인이 좀 더 많은 상속을 받는 제도, 이른바 ‘효도상속’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민법은 실제로 ‘효도상속’의 성격을 가진 제도를 이미 두고 있다. 즉 민법 제1008조의2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여분’이 바로 효도상속에 근접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이 ‘기여분’ 제도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간단한 수치를 들어 살펴보자. 갑이 사망하면서 10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런데 아내가 오랫동안 병든 남편을 간호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도운 공로(기여분)를 3억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 기여분은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일단 제외된다. 따라서 아내와 아들과 딸은 나머지 7억 원의 재산을 법정상속분의 비율(3:2:2)로 상속한다(즉, 아내 3억원, 아들 2억원, 딸 2억원). 다만, 아내는 위 3억원에 위 기여분 3억원을 합쳐 6억원을 상속한다. 결국 3:2:2 비율의 법정상속분이 6:2:2 비율로 변경되며, 이에 따라 아내는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상가의 6/10 지분이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인을 간호했거나 망인의 사업을 도운 사람은 무조건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논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위 민법 제1008조의2가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최근 망인의 후처와 전처소생의 자식들이 후처의 기여분을 놓고 벌어진 분쟁에서, 대법원 2019년11월21일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은 후처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후처가 남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해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특별히’ 부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이처럼 기여분은 손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기여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주장과 증거를 갖춰야 할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