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비대면 설 연휴에 노인 음주 주의보

▲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주연 원장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주연 원장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정부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 연장으로 올해 설연휴는 본가나 친척 집 방문이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가족이 찾아오지 못해 아쉽고 헛헛한 마음을 술로 달래는 노인이 늘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올해 설엔 고향에 가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발표한 ‘코로나시대의 설연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연휴 고향 방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3.4%였다. 지난해 추석(57.7%) 명절보다 무려 5.7%나 높은 수치다.

이번 설연휴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르신들에게 허탈감과 무료함 등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특히 평소 음주를 즐기던 어르신들은 갑작스러운 연휴의 공백과 무료함을 술로 해소할 가능성이 크다.

어르신은 젊은 성인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빨리 취할 뿐 아니라 술을 깨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에 근육량과 수분이 부족해지고 알코올 분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릇힌이 술에 취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 여러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어르신의 경우 음주 사고가 발생하면 뇌출혈이나 골절과 같은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목숨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5월 여수에서 술에 취해 자택 마당에 넘어져 있던 70대 어르신이 마을 주민에게 발견돼 응급 이송됐다. 6월에는 인천에서 70대 어르신이 만취해 도로 위에 쓰러져 누워있다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은 술에 더욱 의존하기 쉽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별이나 이혼, 자녀의 독립 등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술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은 자제시킬 상대가 없어 음주량과 빈도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명절은 어느 때보다도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혼자 사는 어르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들은 적은 양의 음주로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번 명절에는 고향 방문이 어려운 만큼 메시지나 통화를 자주 하며 부모님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길 바란다.

박주연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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