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 쌍용차 근로자로 산다는 것] "해고될까 피 말라, 고통의 나날"

법정관리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자동차가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29일 오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정문에서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조주현기자
법정관리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자동차가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29일 오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정문에서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조주현기자

“마지막 해고자 46명과 함께 지난해 5월 해고된 지 11년 만에 복직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정리해고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근로자의 날(5월1일)을 앞두고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소속 직원들이다.

쌍용차 27년차 생산직 근로자 A씨는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법정관리 10년 만에 또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는 최근 임원 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지난 2009년 벌어진 대규모 구조조정 악몽이 되살아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쌍용차 임직원 수는 4천800여명에 달한다.

쌍용차는 앞서 기업회생절차와 인수합병의 효율적 추진과 조기 경영정상화 기반 마련 등을 위해 전사적 차원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조직을 23% 축소하는 것을 비롯해 임원 수 38% 감축, 임원급여 추가삭감 등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방침에 근로자들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티볼리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B씨는 “근로자들은 지난 2019년부터 복리후생 중단, 임금삭감 등 고정비용을 줄이려고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며 “올 들어 이달까지 임금의 50%만 받는 등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경영 정상화에 협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C씨 역시 “경영진의 무능한 경영으로 이 지경까지 왔는데 왜 항상 근로자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임금 삭감 등 조치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받다 보니 꽤 많은 쌍용차 근로자들은 대출을 받거나 대리운전,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노조는 지난 26일부터 국회와 산업은행, 서울회생법원 앞 등 7곳에서 총고용 유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고통분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만이 대안이라며 근로자들에게만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는 게 답답하다”며 “지원이 담보된다면 노조는 더 큰 자구안도 감내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시도 쌍용차가 문을 닫지 않도록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등 수만명의 생계와 지역경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로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외침이 또다시 쌍용차에서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고질적인 경영난을 겪은 쌍용자동차가 예정된 길을 가고 있어 마지막 복직자 A씨 등은 이래저래 불안한 2021년 근로자의 날을 맞고 있다.

평택=최해영ㆍ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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