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모니터로 나누는 사제 간의 정”… 코로나19 속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경기대학교에서 학생회 임원들이 교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경기대학교에서 학생회 임원들이 교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사제간의 정을 나누는 ‘스승의 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스승과 제자가 직접 만나 정을 나누는 모습 대신 ‘온라인 교감’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1시 찾아간 수원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실. 총학생회실에 모인 학생들의 손에는 카네이션과 편지 대신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한켠에 놓여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카네이션 장식과 감사 문구가 담긴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이날 학생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스승의 날 감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스승의 날마다 각 학과 주도로 스승에게 꽃과 편지를 전하는 전통을 이어왔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아무런 행사도 열지 못했다.

안타까움을 느낀 경기대 학생회는 영상으로라도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는 게 경기대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날 참석한 홍정안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임원들은 카네이션으로 장식된 배경화면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감사 메시지를 담은 영상까지 손수 제작했다. 영상은 스승의 날 당일 학교 홈페이지 등에 띄워질 예정이다.

▲ 스승의 날 감사 영상편지
▲ 스승의 날 감사 영상편지

홍정안 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생과 교수님 사이의 교류가 사라져가는 데 안타까움을 느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영상이 코로나로 인해 멀어져가는 제자와 스승 사이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수원 매향중학교에서도 비대면으로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오전 8시 매향중 교사들이 영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실행하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교무실을 가득 메웠다.

앞서 매향중 학생 48명은 자발적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영상편지를 직접 제작했다. 이날 영상을 통해 학생들은 ‘코로나로 온ㆍ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 힘들 텐데 항상 좋은 모습으로 수업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등 평소 선생님들에게 못다 한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진심을 담아 제작한 영상을 시청하는 선생님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귀석 교장은 “당연한 가르침을 준 것인데 이렇게 보답 받아 감격스럽다”면서 “코로나로 아이들과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영상으로라도 마음을 전달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박준상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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