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수원역이라는 한 공간에서는 2개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한 곳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재난은 남의 일인 것 마냥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문제를 동시에 품은 수원역. 경기일보는 수원역을 찾아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된 모습을 담아봤다.
■1. 코로나19는 먼 나라 이야기… 밤늦게까지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집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2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사람들은 마치 코로나19를 잊은 듯했다. 400여m의 길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술집과 음식점 사이에서는 비어 있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일부 유명 술집 앞은 입장을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노래방 등 감염 우려가 큰 시설들도 예외는 없었다. 이날 찾은 한 동전노래방에는 20여개가 넘는 방이 모두 차 있었으며, 앞에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로데오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처럼 인파가 몰린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로데오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로데오거리는 예전부터 낮보다 밤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었다”며 “오후 10시 이후에 모두 문을 닫긴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이전 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붐비는 인파 속 방역 수칙 위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포착됐으며,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채 모임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시설들을 중심으로 방역 수칙을 위반하거나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수칙 위반 업소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희기자
■2.“예전에는 연민을 느끼며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더 냉대받는 노숙인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마치 벌레 보듯 대하는 건 견디기 힘듭니다”
같은 시간 찾은 수원역 환승센터 자전거보관소 앞. 이곳에는 노숙인 4명이 불빛 하나 없는 귀퉁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추위를 막고자 모아둔 종이박스와 이불, 옷가지 등이 가득했다. 노숙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을 멀찌감치 피해 다녔다.
올해로 수원역에서 노숙생활 4년차인 C씨(61)는 코로나19 보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C씨는 “노숙인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배식을 받으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해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한 상황인데, 행인들은 우리를 코로나19 숙주보듯 평소보다 더 경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노숙인 중에는 코로나19 탓에 원치 않는 길거리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도 있었다. D씨(64)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러지도 못하게 됐다”며 “결국 지난해 2월 거리 생활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달 기준 수원 거리 노숙인은 78명으로, 지난 2019년 64명보다 14명가량 늘었다.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1차 백신 접종도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편견을 조금 내려놓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건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