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이면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학생이 넓은 운동장에 모여서 아침조회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아침조회에서 빠지지 않는 건 교장선생님의 훈화였다. 이 동시는 어느 기념일의 초등학교 아침조회 풍경을 보여준다.
교장선생님이 교단에 오르더니 전교생에게 묻는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그러자 맨 앞줄에 서 있던 춘자가 얼른 손을 쳐든다. “저희 집 감자 캐는 날이어요.” 춘자네 집이 감자 캐는 날이라는 소리에 운동장은 어떻게 됐을까? 모르면 몰라도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발칵 뒤집혔을 게 분명하다.
어디 학생들뿐이겠는가. 질문을 한 교장선생님은 물론 운동장에 나온 선생님들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시인은 지난날의 초등학교 아침 조회풍경을 시에 담았다. 흑백사진 같은 그 추억을 그냥 덮어두기 아까워서. 그리고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이런 시절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시는 그래서 더욱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단 몇 줄의 시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시인은 오산에서 태어나 오산을 지키는 토박이 시인이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맑고 향기로운 시를 여전히 세상에 내놓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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