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공항 인근 학교 70곳이 군 항공기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9일 도내 군 비행장 주변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군 항공기 소음 피해 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군소음보상법의 소음 피해 보상 범위에 학교가 포함돼 있지 않아 도교육청이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0일 동안 군 항공기 소음피해가 가장 많은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장 인근 10개 표본 학교의 옥상, 교실 창문 안과 밖 각 1m 지점 등을 기준으로 실태 조사가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주변 학교에 미치는 소음 피해 정도를 추산(소음 등고선 지도)한 결과, 70개 학교에서 민간 항공기 소음피해 보상 기준인 75웨클(WECPNLㆍ항공소음 정도) 이상의 소음이 측정됐다. 유치원을 제외한 초ㆍ중ㆍ고 학생 2만2천569명(지난 6월 기준)이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규모별로 살펴보면 ▲75웨클 이상 25곳 ▲80웨클 이상 29곳 ▲85웨클 이상 12곳 ▲90웨클 이상 4곳 등이다. 학급별로는 ▲유치원(공ㆍ사립) 35곳 ▲초등학교 20곳 ▲중학교 9곳 ▲고등학교 5곳 ▲특수학교 1곳이다.
■“소음 대책 실효성 의문”…냉랭한 교육현장
도교육청의 군 항공기 소음 피해 학교 실태 조사 결과를 놓고 군 공항 주변 학교들은 “뒤늦은 조사”라며 대체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또 후속 조치로 이뤄질 소음 저감 대책 방안에 대해선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
수원 군 공항과 5㎞가량 거리에 떨어진 A 고등학교는 소음 피해를 줄이고자 학교 전체를 삼중창으로 시공했음에도 두 귀를 손가락으로 막아야 할 정도로 소음피해가 심각하다. 특히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군 항공기의 굉음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A 고교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군 항공기의 소음이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 환기 등으로 창문을 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학교 구성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군 공항 주변에 있는 B 초등학교도 수업을 진행하다 멈춰야 할 정도로 소음피해가 심각하다. B 초교 관계자는 “새로 온 교원들이 군 공항 소음 탓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특히 군 항공기 소음에 익숙해져 버린 학생들을 볼 때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C 초교 관계자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시설 개선이 절실하지만, 얼마나 소음을 저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소음피해 지원 대책 마련하겠다”
도교육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0개 학교를 소음피해 학교로 지정하고 방음창, 냉ㆍ난방 시설 설치 등 소음피해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오는 8월 중순 이후 경기도청, 경기도의회, 수원시청 등이 참여하는 ‘경기도 군 공항기 소음피해 학교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승호 도교육청 교육환경개선과장은 “현행법상 군 공항기 소음피해 보상 기준이 없어 민간 항공기 소음피해 기준을 바탕으로 피해학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앞으로 군 비행기 소음피해 보상 범위에 학교가 포함되도록 국방부와 관계 기관에 건의해 피해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상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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